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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학회들 "섣부른 조언 말고 당사자 얘기 들어야"

보건/의료

    정신건강 학회들 "섣부른 조언 말고 당사자 얘기 들어야"

    [제주항공 참사]
    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신경정신과의학회, 참사 관련 공동성명
    "충분한 시간·도움 필수적…일상생활 어렵다면 전문가 찾아 달라"
    정부 향해 장기간 심리지원 대책 촉구…"소외되는 취약층 없어야"
    '사회적 지지' 더불어 2차피해 예방·재난보도 가이드라인 준수 강조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발생한 29일 주민들이 사고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발생한 29일 주민들이 사고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
    정신건강 관련 전문가들이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참사'를 두고 정부가 생존자·유족의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에 대해 섣부른 상황 판단이나 조언 대신 경청을 통한 지지를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30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트라우마 대응을 위한 공동성명서'를 내고 "참사 희생자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 및 생존자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생존자와 유가족의 트라우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갑작스러운 사고와 상실에 직면한 생존자와 유가족은 불안과 공포, 정신적 혼란, 슬픔, 무력감, 분노, 죄책감, 수면 문제와 신체증상 등 다양한 트라우마와 애도 반응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탑승객 181명 중 객실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전원 사망한 이번 재난참사로 유가족 등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들의 회복에는 '충분한 시간과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학회들은 "건강한 대처와 더불어 당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줄 가족, 친척, 친구와 함께 슬픔과 고통을 나누어 보실 것을 권유한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재난회복 지원 그룹과 연결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일상생활 영위가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라면 즉시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라고 당부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생존자·유가족에 대해 긴 안목으로 심리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학회는 "재난 트라우마는 사고 직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생존자와 유가족이 적절한 치료와 심리지원을 충분한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신건강 전문가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과 협력해 사건 당사자들과 국민의 정신적 외상을 돌보고, 미확인 정보 등에 따른 '2차 피해'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들은 "사회적 취약계층, 어린이와 청소년, 외국인 등 소외되는 사람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0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주기돼 있다. 이날 아침 무안 사고기와 같은 기종의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이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 이상으로 회항했다. 박종민 기자30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주기돼 있다. 이날 아침 무안 사고기와 같은 기종의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이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 이상으로 회항했다. 박종민 기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생존자·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봤다.
     
    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등은 "사회적 지지는 재난 트라우마 회복의 핵심"이라며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평가나 판단, 섣부른 조언은 삼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지지와 위로가 된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사회, 관계기관, 언론, 정부와 사회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재난의 수습과 복구, 재난 경험자의 회복을 위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생존자와 유가족을 혐오와 비난, 2차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참사 당시 사고장면을 그대로 송출해 도마에 오른 일부 언론사의 취재·보도 등에 대해서는 "언론의 취재와 보도가 트라우마를 유발하거나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학회들은 "뉴스룸은 재난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트라우마에 대한 지식과 대처를 숙지하도록 하여 취재원, 언론인, 국민을 트라우마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이 시기 재난보도 준칙과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이 꼭 지켜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중 또한 항공참사 관련 언론 보도는 꼭 필요한 정보만 얻는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정해 시청할 것을 권유했다. 자극적이거나 잘못된 정보를 재확산하는 행동은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생존자·유족 등에게 "참사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마음의 고통을 숨기고 혼자 참으려 하지 말라"며 "여러분의 곁에는 여러분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있다"고 전했다.

    CBS노컷뉴스는 '제주항공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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