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0월 체코 프라하에서 촬영한 밀란 쿤데라와 아내 베라의 모습. 연합뉴스 체코 출신 작가 밀란 쿤데라(1929~2023)의 유해가 사망 1년 6개월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고향인 체코 브르노로 옮겨졌다고 dpa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르케타 반코바 브르노 시장은 쿤데라의 유언을 집행하는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로부터 유해를 넘겨받았다며 "브르노의 영광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브르노시 당국은 쿤데라의 유해를 모라비아 국립도서관에 임시 보관하다가 브르노 중앙묘지에 안치할 예정이다.
체코슬로바키아(현 체코) 제2의 도시인 브르노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밀란 쿤데라는 공산 체제 아래 프라하 예술대학 영화학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소설 '농담'(1967년), '생은 다른 곳에'(1973년) 등을 발표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68년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에 참여했던 쿤데라는 소련에 의해 시위가 진압된 뒤 이어진 숙청으로 저서가 금서로 지정되고 교수직을 잃는 등 탄압을 받았다. 결국 1975년 공산당의 탄압을 피해 아내 베라와 함께 프랑스로 망명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줄곧 프랑스에서 지냈다.
1979년 체코슬로바키아 국적을 박탈당했으나 2019년 체코 정부가 국적을 회복시켰다.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그는 인간의 삶과 죽음, 속박과 자유, 성(性)과 사랑,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 놓인 존재가 겪어야 하는 실존적 고뇌를 다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4)으로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민주화 이후 고국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망명 이후 줄곧 프랑스 시민으로 살며 프랑스어와 체코어로 글을 썼다.
쿤데라는 '농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어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됐으나 2023년 7월 파리에서 9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