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으로 들어서는 의료진의 모습. 황진환 기자지난해 2월 정부가 의과대학 2천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을 사직하고 의대생들은 집단 휴학하며 촉발된 의정갈등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의대 증원 발표' 1년을 맞이한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이번 달을 '데드라인'으로 여기며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에 박차를 가하는 데에 의료계도 협의에 나설지 주목된다.
국회, 추계위 법제화 공청회…2026년도 의대 정원 줄까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복지위는 오는 14일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어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다. 국회는 이날까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 단체로부터 토론 참가자를 추천받을 예정이다.
국회는 보건의료 인력의 적정 규모를 정할 상설 기구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발생한 의료 공백 등 사회적 갈등을 반복하지 않고, 정부와 의료계가 정기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황진환 기자정부도 지난해 9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를 설치하고 논의를 이어가자고 제안했지만 의협 등 의료계 단체에서 참여를 거부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
당시 의협·대한의학회·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복지부가 요구한 추계위 인사 추천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추계위에 독립성과 결정권이 없다는 이유다. 추계위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산하이고, 최종 의사결정은 결국 보건의료정책심의의원회(보정심)에서 이뤄지는 등 모두 정부 기관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의협 등 의료계에서는 추계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의료계 전문가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여·야는 추계위 신설의 법적 근거를 담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추계위 과반수 위원을 의료인 단체가 추천하고, 2026년도 의대 정원을 정할 때 추계위 결정을 존중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전 학년도 증원 규모에 따라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정원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근거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감원도 가능한 셈이다.
정부 '2月 데드라인'…의료계 "감원" 요구에 쉽지 않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해 설 명절 대비 응급의료 체계를 점검하고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정부도 이번 달을 '데드라인'으로 여기며 2026년도 의대 정원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입시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번 달 안에 정원이 정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관련 부처 장관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김택우 의협 회장과 비공개로 만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관련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2026년 의대 정원과 관련해 다음 달 전까지 의협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6년 의대 정원 '감원'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지를 열어뒀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2026년 의대 정원 '0명'을 포함해 증원 전 규모인 3058명보다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라 협의가 쉽지는 않다. 특히 새 의협에 대거 포함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여전히 강경 투쟁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한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결국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납득하고 돌아올 수 있는 협의가 나와야 한다"며 "'2월까지 (의대 정원) 논의를 마쳐야 한다'며 조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데드라인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길어지는 의정갈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 기간이 무한정 길어지면 향후 의료 공백 우려는 물론 개개인에게도 손해라는 것이다.
한 의대교수는 "지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돌아오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단서를 달면서도 "(사직 또는 휴학 등으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공백 시간이 길어지는 것처럼 개개인의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한편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도 의정 관계의 또다른 변수로 꼽힌다. 2차 실행방안에는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이 포함된다.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해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해 남용을 막고, 불필요한 병행진료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에 의료계 반발은 적지 않다. 의협은 지난달 9일 복지부가 주최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 직후 "대통령 직무정지로 기능이 정지돼야 할 의개특위에서 국민들의 비급여 보장내용을 축소하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통제를 통해 재벌보험사들의 이익만을 대변하고자 하는 정책 강행에 심각한 우려와 엄중한 경고를 표명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