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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 깨고 구마 나선 수녀…송혜교 "대담함에 끌렸죠"[EN:터뷰]

문화 일반

    금기 깨고 구마 나선 수녀…송혜교 "대담함에 끌렸죠"[EN:터뷰]

    핵심요약

    영화 '검은 수녀들' 유니아 수녀 역 배우 송혜교

    영화 '검은 수녀들' 유니아 수녀 역 배우 송혜교. UAA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유니아 수녀 역 배우 송혜교. UAA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송혜교를 처음 만났을 때도 나는 그런 우를 범했다. 겉으론 말하지 않았지만, 내심 '예쁘다거나, 발랄하거나, 참 어이없게도 아직 순수라는 말이 어울리네. 하지만 뭐, 그 정도?' 그러다 뒤통수를 맞았다. (중략) 그리고 분명한 것 한 가지, 그녀는 지금 이 순간도 끝없이 제 가능성을 확장하며 주변의 단정을 잠재우고 있단 거다." _작가 노희경, '혜교의 시간' 서문 중
     
    예쁘고('가을동화') 발랄한('풀하우스') 그리고 로맨스 잘하는('태양의 후예') 배우로 기억됐던 송혜교가 유년 시절 학교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후 처절한 복수에 나서는 서늘한 얼굴('더 글로리')로 이제껏 보지 못한 '배우 송혜교'의 얼굴을 꺼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번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로 끝없이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주변의 단정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금기를 깨는 유니아 수녀로 변신한 송혜교는 또 다른 의미로 새롭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의 길을 걸은 송혜교는 스스로 '배우 송혜교'의 틀을 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신조차 지겹게 느껴지는 모습을 과연 시청자들은 너그럽게 받아들여 줄지 자문했다. 한 자리에 머무는 자신에게 재미도, 기대도 느끼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 때 '더 글로리'를 만났다. 그렇게 만난 장르물에 스스로도 재밌었고,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그때 '검은 수녀들'이 찾아왔다.
     
    송혜교는 "내 새로운 표정이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며 "거기다 구마 의식은 살면서 한 번도 연기해 보지 않아서 구마를 할 때 내 모습이 어떨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으로 '검은 수녀들'이 되기로 했다.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 

    송혜교, 유니아 수녀의 신념에 다가가다

     
    '검은 수녀들'의 연출자 권혁재 감독은 "스크린을 통해 송혜교 배우의 강렬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송혜교가 연기한 유니아 수녀는 강렬한 인상으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캐릭터다. 굽히지 않는 기질과 강한 의지를 지닌 유니아는 거침없는 성격에 돌발행동을 일삼아 요주의 인물로 손꼽힌다.
     
    유니아는 언제 올지 모르는 구마 사제를 기다리기엔 악령에 사로잡힌 희준(문우진)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판단, 구마가 허락되지 않는 신분이지만 수단과 방법이 무엇이 되었든 오직 희준을 살리겠다는 의지 하나로 직접 의식을 치르기 위한 준비에 나선다.
     
    영화 '검은 수녀들' 비하인드 스틸컷. NEW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비하인드 스틸컷. NEW 제공
    송혜교는 유니아 수녀에 다가가기 위해 '나라면?'이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그는 "나라면 가족도 아닌 한 아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한 아이를 위해서 유니아처럼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라며 "난 그런 용기가 없을 것 같더라"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런데 수녀이고, 유니아이기 때문에 그런 용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유니아의 용기와 대담함에 끌렸다.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유니아의 신념, 그런 모습이 멋있어서 다가갔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유니아에게는 전사가 없었다. 그러나 송혜교는 유니아라면 어릴 적부터 지금 영화에서 보이는 모습 그대로였을 거라 상상했다. 그는 "유니아는 어릴 때부터 쭉 그런 삶을 살고 신념을 갖고 있었기에 그런 용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유니아 수녀의 용기 있는 신념이 드러나는 결정적인 장면이 바로 영화의 엔딩이다. 유니아는 자신의 몸속에 악마를 가두고 희생으로 구마를 마무리한다. 송혜교는 이를 '희생'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전 상상할 수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어요. 그건 희생보다도 유니아 수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용기이자 멋진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 

    "신념 다른 두 여성의 연대가 좋았다"

     
    '검은 수녀들'은 오컬트 장르를 앞세워 홍보하고 있지만, 드라마 내지 두 여성의 버디 무비에 가깝다. 유니아 수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마자(육신에 마귀가 붙거나 귀신이 들린 사람)를 구하고자 하고, 미카엘라 수녀(전여빈)는 그런 유니아에게 강한 반발심을 느끼는 동시에 호기심을 느낀다. 부마는 없다던 미카엘라는 결국 유니아를 도와 구마에 나선다.
     
    송혜교는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신념이 만나는 지점이 가진 매력 때문에 '검은 수녀들'을 선택했다.
     
    그는 "오컬트라고 하지만, 난 드라마가 강한 게 좋았다. 신념이 다른 두 여성이 서로 같은 신념을 갖게 되고, 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연대가 너무 좋았다. 그 부분에 많이 끌렸다"라고 했다.
     
    이어 "두 사람은 주변의 반대도 많고, 하지 말아야 할 걸 다 하면서까지 행동에 나선다. 그러나 가장 힘없고, 여린 두 여성이 한 생명을 살리겠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그렇게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 용기 있고, 멋있어 보였다"라고 부연했다.
     
    송혜교는 미카엘라 역을 맡아 같이 호흡을 맞춘 전여빈에 관해 "정말 순수한 친구다. 어떻게 아직 이렇게 순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같이 있으면서 힐링 되는 느낌"이라며 "워낙 진중하고 생각도 많고, 연기에 있어서 열정적이고 항상 궁금한 것도 많다"라고 칭찬했다.

    영화 '검은 수녀들' 유니아 수녀 역 배우 송혜교. UAA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유니아 수녀 역 배우 송혜교. UAA 제공 

    송혜교에게 중요한 건 '현재'


    송혜교는 그동안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최근 '검은 수녀들' 홍보를 위해 TV 예능은 물론 유튜브나 브이로그를 통해 얼굴을 비추면서 그를 향한 친근함과 호감은 더욱더 높아졌다. 이제 젊은 팬들이 브이로그를 잘 봤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송혜교에게는 그저 신기한 상황이다.
     
    현장에서도 낯설면서도 신기한 상황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장에 가면 후배가 너무 많이 생겼더라"라며 웃는 송혜교도 어느덧 배우의 길을 걸은 지 29년째다. 어릴 적 데뷔한 그는 아직 '선배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할 때가 있다.
     
    송혜교는 "아무래도 내가 경력이 오래됐고, 언니다 보니 (현장에서) 끌고 가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건 배우들이 더 편하게 연기하고, 몰입할 수 있게끔 나서주는 부분"이라며 "연기하는 동안은 선후배는 없다"라고 말했다.

    '검은 수녀들' 역시 송혜교에게는 유니아와 미카엘라가 있었을 뿐이다. 그는 "여빈씨와 함께 끌고 갔고, 함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연기하는 데 있어서는 선후배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29년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배우의 길을 걸어온 송혜교에게는 '작품'이 전부다. 그는 "작품이 잘 안되면 어떻게 극복하고, 앞으로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다시 작품이 잘 되면 또 많은 사랑을 받고 많은 곳에서 찾아준다. 그러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라며 "작품에 의해서 나의 삶도, 기분도 바뀌는 거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송혜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재'다. 그는 자신을 '현재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연기로 말한다면, '검은 수녀들'도 제가 연기를 더 이상 할 수는 없어요. 다 만들어졌고, 보이는 일과 관객분들의 선택만 남았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없는 거예요. 이젠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 작품만 생각하고 열심히 할 거예요. 전 늘 이렇게 일해왔고, 늘 그렇게 살았어요. 전 지금을 잘 살고 잘해야지 미래가 아름다울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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