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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세대'가 말하는 MZ 투자자들의 금융 반란[책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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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분노, 금융 넘어 정치로 확산하다
월가 뒤흔든 개미들의 반란과 한국 '동학개미'
너새니얼 포퍼의 '분노 세대'가 던지는 질문

동학개미운동 콘셉트의 드라마 포스터 '개미가 타고 있어요'.동학개미운동 콘셉트의 드라마 포스터 '개미가 타고 있어요'.
너새니얼 포퍼의 '분노 세대'는 2021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게임스톱 사태'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의 분노가 금융 시장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미국의 밀레니얼과 Z세대 남성들이 어떻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결집하고 금융 시스템과 기성세대에 반격을 가했는지를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이 책이 다루는 문제의식은 미국 사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세대적 분노가 금융, 부동산, 젠더, 정치 갈등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형 분노 세대'의 등장과 연결된다.

美 '게임스톱 사태'와 닮은꼴 한국의 '동학개미운동'


'분노 세대'의 핵심 사건인 게임스톱 사태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특히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를 통해 집단적 행동으로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선 사례다. 이들은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 엘리트들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한국에서도 2020년 코로나19 이후 주식 시장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은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나선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과 맞서며 주식 시장에서 세력을 형성한 사건이다.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카카오, HMM 등 특정 종목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며 금융 시장에서 집단적 힘을 발휘했다. 이는 단순한 주식 투자 열풍이 아니라 기성 금융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자 2030세대의 경제적 좌절이 반영된 결과였다.

포퍼가 지적한 미국 젊은이들의 분노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동학개미'들도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박탈감을 공유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 양극화 심화, 낮은 임금 상승률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자산 축적 방식(저축, 부동산 투자)이 불가능해진 젊은 세대는 주식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자 했으며, 이를 집단적인 저항의 형태로 표출한 것이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 지역의 유니언 광장 인근에 위치한 비디오 유통체인 게임스톱 매장. 연합뉴스미국 뉴욕시 맨해튼 지역의 유니언 광장 인근에 위치한 비디오 유통체인 게임스톱 매장. 연합뉴스

美 월스트리트베츠 vs 韓 주식·정치 커뮤니티


'분노 세대'에서 포퍼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역할을 강조한다. 게임스톱 사태가 가능했던 이유는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정보 공유와 행동 조율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가 존재한다.

네이버 카페 '주식 갤러리', 다음 '사주카페', 유튜브 재테크 채널과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보배드림, 클리앙 등의 정치·사회 커뮤니티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주식 커뮤니티 역시 '동학개미운동'을 조직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특정 종목(삼성전자, 공매도 이슈 관련 주식 등)에 대한 집단적 매수를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러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금융을 넘어 정치·사회적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1년 공매도 재개 논란 당시, 많은 개미 투자자들은 기관 투자자들이 부당하게 공매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매도 폐지'를 정치적 의제로 만들었다. 이런 움직임은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쳐 당시 대선 후보들이 공매도 제도를 손보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분노 세대'에서 다룬 게임스톱 사태가 단순한 금융 이벤트를 넘어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가졌던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젊은 남성들의 불만과 젠더 갈등: 한국형 '분노 세대'


포퍼는 '분노 세대'에서 게임스톱 사태를 주도한 젊은 남성들이 단순히 경제적 불만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전통적인 남성성이 흔들리는 시대에서, 경제적·사회적 인정 욕구를 온라인 공간에서 해소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찰된다. 특히 2030세대 남성들은 기존의 '기회의 불평등'과 '기성세대의 구조적 혜택'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낸다. 이는 젠더 갈등과도 연결된다.

2022년 대선 과정에서 20대 남성들은 '반페미니즘' 정서를 공유하며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공정성'을 주요 이슈로 내세우며 여성할당제, 군 복무 가산점 등 젠더 이슈를 논쟁의 중심으로 삼았다.

'분노 세대'에서 포퍼가 분석한 미국의 젊은 남성들이 온라인에서 결집하여 '금융 반란'을 일으킨 것처럼, 한국에서도 젊은 남성들의 불만이 정치·사회적 의제로 떠오르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새로운 집단 정체성이 형성되고 있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한국과 미국의 차이점: 정치적 반영 방식


'분노 세대'에서 묘사된 미국의 젊은 세대는 주로 금융 시장 테두리에서 반란을 일으켰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분노가 더 직접적으로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차이를 드러낸다.

미국의 게임스톱 사태가 시장 내에서의 저항이었으며, 정치적 개입은 제한적이었다면, 한국에서는 젊은 세대의 경제적 박탈감이 정당 지지율과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향후 한국 사회가 '분노 세대'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 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오늘, 책 '분노 세대'는 단순한 금융 사건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집단 행동과 새로운 사회적 권력 구조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너새니얼 포퍼 지음 | 김지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4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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