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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韓 배드민턴 회장, 당선 무효되나' 김택규 전 회장, 소송 제기…김동문 회장과 동반 재판 출석

[단독]'韓 배드민턴 회장, 당선 무효되나' 김택규 전 회장, 소송 제기…김동문 회장과 동반 재판 출석

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동문 원광대 교수가 지난달 23일 대전에서 열린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뒤 기념 촬영을 한 모습. 연합뉴스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동문 원광대 교수가 지난달 23일 대전에서 열린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뒤 기념 촬영을 한 모습. 연합뉴스
규정 위반 논란 속에 치러졌던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김동문 원광대 교수(50)가 당선됐지만 결국 법정 공방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선거에 나섰던 김택규 전 회장 측은 지난 1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김동문 회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2025카합10075)과 당선무효확인(2025카합100816)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지난 17일 직무집행정지가처분과 관련한 심문 기일을 오는 3월 12일 지정했다. 협회 전·현 회장이 출석할 전망이다.

예견된 소송이다. 김 전 회장은 협회장 선거운영위원회가 규정 위반에도 지난달 23일 강행한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히면서도 동시에 "운영위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묵과할 수 없기에 강력한 법적 대응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제32대 협회장 선거운영위는 지난해 12월 출범 전부터 위원회 구성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한 위원은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모 매체와 인터뷰에서 김택규 전 회장에 대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종목 단체장은 1회 연임할 경우 공정위 심사 없이도 출마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 논란이 커졌고, 해당 위원은 결국 사퇴했다.

무엇보다 위원장이 가장 큰 문제였다. 현직 변호사인 오재길 위원장은 15년 가까이 모 정당의 당원으로 활동해 규정에 따라 애초부터 위원 자격이 없었다. 이와 관련한 제보가 잇따라 협회가 비정당인 확인서 제출을 요청했지만 오 위원장은 차일피일 미뤘다.

해당 정당이 아닌 본인이 작성한 확인서를 냈지만 이후 협회가 당에 직접 문의한 결과 오 위원장은 2011년부터 정당원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군다나 오 위원장의 자필 확인서는 지난달 9일 탈당한 다음날에야 협회에 제출했다. 법을 다루는 변호사라는 인물의 자질 자체에 심각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오 위원장은 탈당 전날인 지난달 8일 논란을 자초한 결정을 내렸다. 이날 선거위는 김택규 후보에 대해 결격을 공고했는데 "공금 횡령 및 배임 등으로 입건되었고, 보조금법 위반으로 협회에 환수금 처분을 받게 하고, 문체부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게 이유였다. 경찰 수사 중으로 사법적 처벌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라 무리한 결정이라는 체육회의 만류와 일부 운영위원들의 반대에도 오 위원장은 "변호사인 내가 책임지겠다"며 밀어붙였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다음날 탈당한 모양새다. 


하지만 법원은 선거위의 결정에 철퇴를 내렸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판사 김정민·강석규·김승현)는 지난달 15일 "김택규 현 회장에 대하여 한 협회의 제32대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 무효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면서 "김 회장이 제32대 회장 선거에서 회장 후보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밝혔다.

결격 공고도 문제가 있었지만 특히 법원은 선거위 자체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오 위원장을 비롯해 A, B 위원까지 3명이 정당인으로 확인돼 애초부터 선거위 구성이 불가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선거위 구성의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인정되는 이상 선거의 제반 절차가 모두 효력이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김택규 후보 측이 소송을 제기할 당시는 오 위원장의 당원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선거 중지가 아닌 후보 등록 무효 결정 효력 정지만 요청해 이 부분만 인용됐다.

그러나 협회 이사회는 문제의 선거위가 뽑은 선거인단과 기호 추첨 등을 그대로 두고 선거 강행을 결정했다. 원점에서부터 선거위를 재구성한 게 아니라 사퇴하거나 해촉된 3명의 문제적인 위원의 공백에 대해 다른 위원들을 위촉해 선거위를 꾸렸다. 선거일만 지난달 16일에서 23일로 일주일 연기됐다.

김택규 후보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김동문, 전경훈, 최승탁 후보는 선거인단에 대한 정보를 받아 일주일 이상 선거 운동을 해온 상황이었다. 김택규 후보의 선거 운동 기간은 다른 후보들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또 기호 추첨에서 김택규 후보는 처음부터 배제된 가운데 선거위는 4~10번을 임의로 고르라고 결정했다. 공평하게 기회가 보장돼야 하는 선거가 아니었던 셈이다.

이같은 결정을 주도한 선거운영위원장도 역시 현직 변호사였다. 법원이 선거위 구성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음에도 선거가 강행됐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이해 관계에 따라 선거위가 운영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김 전 회장은 소송 제기에 대해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안세영(삼성생명)의 비판 발언을 계기로 협회를 반대하는 인물들의 조직적인 음해로 엄청난 심적 고통을 입었다"면서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악마화할 수 있는지 너무 억울해서 꼭 명예 회복을 하고 싶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내게만 불리하게 선거위가 운영됐는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김택규 전 회장. 윤창원 기자대한배드민턴협회 김택규 전 회장. 윤창원 기자
김동문 교수는 지난달 23일 선거에서 64표를 얻어 43표의 김 전 회장을 제치고 당선됐다. 이후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정기 대의원총회를 열고 임원 및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하지만 태생부터 문제를 안은 선거위 때문에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법원 판결에 따라 김 회장의 당선이 무효가 되고, 직무 정지 상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송에 대해 김동문 회장은 CBS노컷뉴스에 "(김택규 전 회장) 본인이 승복을 하지 않고 소송을 거는 데 대해 뭐라고 할 말은 없다"면서 "재판부에서 판결하겠지만 협회 수장으로 잘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위와 관련해 선거 운동 기간 법원 처분이 내려지긴 했지만 애초에 본인께서 선거를 하고 출마하는 데 대해 분명히 의식을 했을 것"이라면서 "문체부로부터 지적받은 부분들에 대해 제대로 개선하고 출마를 했어야 했는데 흉내만 낸 건지 모를 정도로 책임을 지지 않고 선거에 나선 것 같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다만 김택규 후보가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마음에 더 이상 선거가 파행돼선 안 된다"며 선거위의 모든 결정을 수용하고 선거에 참여한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피해를 보게 된 본인이 받아들인 사안인 까닭에 선거 결과는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규정 위반에 따른 재판 비용과 낙선 등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이어질 공산이 커 협회의 재정적 부담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이미 협회가 한번 패소한 만큼 적잖은 출혈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본분을 잊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채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유불리의 차이가 나도록 결정을 내린 위원들, 또 이들을 위촉한 협회 이사회 때문에 한국 배드민턴이 또 한번의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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