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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제작사 로커스 홍성호 대표 "韓 애니 잠재력 매우 커"[엔딩크레딧]

문화 일반

    '퇴마록' 제작사 로커스 홍성호 대표 "韓 애니 잠재력 매우 커"[엔딩크레딧]

    애니메이션 '퇴마록' 제작사 로커스 홍성호 대표. 로커스 제공애니메이션 '퇴마록' 제작사 로커스 홍성호 대표. 로커스 제공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에는 한 편의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참여한 여러 사람의 이름이 담겨 있습니다. '엔딩크레딧'에서는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기까지 달려온 다양한 영화인들과 영화에 숨겨진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애니메이션 '퇴마록' 스틸컷. ㈜쇼박스 제공애니메이션 '퇴마록' 스틸컷. ㈜쇼박스 제공
    "K-오컬트 애니 산삼보다 귀한 건데 오천만 대한민국 국민이 다 봤으면 좋겠다."
    "원작 몰라도 충분히 재밌다. 오컬트 팬인데 넘 재밌었어요."
    "오컬트 분위기랑 액션 연출 미쳤다. 원작자가 인정할 만함"

     
    2019년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인 '레드슈즈'로 전 세계에 '토종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높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로커스가 웹툰 원작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에 이어 'K-오컬트의 바이블'로 불리는 동명 소설을 옮긴 '퇴마록'으로 성인 관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거대 자본과 오랜 노하우, 세계적인 인기 IP(지식재산권)를 바탕으로 한 미국과 일본이 양분한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그동안 유·아동 타깃에 한정됐다는 인식이 지배해왔다. 미국과 일본에 뒤처지지 않는 기술력과 실력을 지녔음에도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그렇기에 로커스의 도전과 '퇴마록'의 행보가 중요하다. 지금 '퇴마록'은 3040 원작 팬덤과 오컬트, 애니메이션 팬을 등에 업고 토종 애니메이션도 성인층에 소구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퇴마록' 제작사 로커스 홍성호 대표는 성인을 타깃으로 한 국산 애니메이션 역시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했다.
     
    애니메이션 '퇴마록' 포스터. ㈜쇼박스 제공애니메이션 '퇴마록' 포스터. ㈜쇼박스 제공
    ▷ 로커스가 본격적으로 성인을 타깃으로 한 '퇴마록'을 선보였다. 원작 소설의 주요 팬층인 3040대 관객은 물론 소설을 모르는 성인 관객들마저 사로잡고 있다. 실제로 '퇴마록'은 개봉 직후 3040세대 예매 분포가 65%(CGV 제공)를 기록했고, 지금도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퇴마록'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로커스 홍성호 대표(이하 홍성호)>
    성인 팬덤을 모으고, 확장하고, 지속할 수 있는 원작이 필요했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거나 쉽게 그 세계관에 진입할 수 있어야 했고, 성인들의 입맛에 맞는 명확한 장르성이 있어야 했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존재해야 한다고 것이었다. 이런 조건을 충족할 만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중 가장 첫손에 꼽았던 작품이 소설 <퇴마록>이었다.
     
    ▷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유·아동 애니메이션'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애니메이션 이용자 조사'(2023년 6월~2024년 5월, 전국 만 10~69세 대상)에 따르면 국산 애니메이션을 관람하지 않은 이유로 '대부분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라서'(43.5%)와 '외국산보다 재미없어서'(43.4%)를 꼽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종 애니메이션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성인층을 공략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홍성호>
    한국 애니메이션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도전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이 시장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은 분명 성과도 이뤘고, 좋은 작품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점점 경쟁력은 높아졌고 전체 시장 크기는 작아 보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만 보는 콘텐츠가 아니다. 그러나 성인 타깃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우리나라에서 미국과 일본의 작품들이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가족 타깃을 제외한 성인 애니메이션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본 애니메이션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을 '오타쿠'로 부르며 유별난 소수의 문화로 여겼다. 그러나 점점 세계적으로 이들이 문화 소비의 중심이 되어갔고, 우리나라에서도 세대가 변할수록 그 위상이 바뀌어 갔다. 이런 흐름을 보며 우리가 애니메이션을 지속해서 제작한다면 반드시 성인 타깃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꼭 일본 애니메이션과 같지 않더라도 좋은 이야기, 매력적인 캐릭터, 뛰어난 비주얼이 뒷받침되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로커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포스터. CJ CGV(주), 롯데컬처웍스(주)롯데시네마 제공로커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포스터. CJ CGV(주), 롯데컬처웍스(주)롯데시네마 제공 
    ▷ 그렇다면 '퇴마록'은 어떤 점에서 성인층에 소구할 수 있을 거라 봤는가?
     
    홍성호> 
    소설 <퇴마록>은 대한민국 장르 소설 분야를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히 파격적인 설정과 보편적 주제, 흥미로운 스토리로 수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았던 소설이다. 미국의 마블과 일본의 수많은 출판 만화가 원작이 되어 수십 년간 콘텐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온 것을 그간 목도했다. 우리 또한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열광했던 검증된 스토리를 가진 원작으로 좋은 연출을 해나간다면 분명 더 큰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봤다.
     
    ▷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미국과 일본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두 나라가 애니메이션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지금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국내 애니메이션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랐나나?
     
    홍성호>
    기술적으로 볼 때, 한국 애니메이션은 할리우드나 일본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시장 규모와 인력풀 그리고 오랜 시간 축적된 인프라와 산업 환경에서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한국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이미 3D 애니메이션, 실시간 렌더링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 제작위원회 시스템이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출판사, 방송사, 배급사, 완구사, 게임사 등 다양한 기업들이 공동 투자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단독으로 제작비 조달부터 마케팅, 배급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애니메이션 '퇴마록' 스틸컷. ㈜쇼박스 제공애니메이션 '퇴마록' 스틸컷. ㈜쇼박스 제공 
    ▷ 분명 한국 애니메이션도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등 세계적인 영화제나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등 뛰어난 작품성과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꾸준히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이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가진 강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홍성호>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가진 강점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강력한 원천 IP(지식재산권)의 성장과 K-콘텐츠의 경쟁력이 이미 검증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웹툰·웹소설 기반의 IP 확장, OTT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유통, 빠른 제작 공정과 효율적인 프로덕션 시스템 등을 통해 차별화된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세대가 바뀌며 서브컬처로만 여겨진 아니메(*참고: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가리키는 말)가 점차 주류가 되어가는 것처럼 작품의 비주얼 스타일, 전통적인 서사의 문법들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선도하거나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기술력과 콘텐츠 기획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 성인을 타깃으로 한 토종 애니메이션이 성공하기 위해 중요한 지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홍성호>
    성인을 타깃으로 한 국내 애니메이션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작자, 사업자, 소비자 간의 상호 보완적인 요소들이 동시에 필요하다.
     
    우선은 무엇보다 깊이 있는 서사와 정서적 공감을 제공할 수 있는 양질의 애니메이션 제작과 공급이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원천 IP의 발굴과 적극적인 개발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소비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비주얼 경험을 제공하는 것 또한 스토리텔링을 차별화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또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장 가능성을 인지하고 정부 및 극장, OTT 플랫폼 등의 적극적인 지원 역시 필수적이다. 비교적 콘텐츠 제작 측면에 더 집중해 온 업계의 지평이 전략적 마케팅, 글로벌 유통,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지속적 유통과 상영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부정적 편견은 유통 등 관련 사업자뿐 아니라 소비자에게까지 걸쳐 있는데 이는 단순히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넘어서 유통 등 관련 사업자의 협조가 반드시 동반돼야 하는 일이다.

    중국 애니메이션 '너자2' 포스터. IMDb 캡처중국 애니메이션 '너자2' 포스터. IMDb 캡처 
    ▷ 최근 내수시장이 큰 데다가 정부의 지원까지 이뤄지며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너자2'의 경우 '라이온킹'의 기록을 깨고 세계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 것 같다.
     
    홍성호>
    중국 애니메이션의 성공은 강력한 내수시장, 글로벌 문법에 맞춘 스토리 텔링,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꾸준한 시도가 맞물려 이루어 낸 산물이다. 전대미문의 흥행 성공 사례를 만들어 냄으로써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사업적 확장,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향한 지속적인 시도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
     
    우리에게도 바로 이러한 성공 사례가 필요하다. 성공 사례를 만들어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말한 대로 2023년 중국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과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으로 240억 달러(한화 약 35조원) 규모로 발전했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지 이야기 부탁한다.
     
    홍성호> 
    콘텐츠의 기획, 제작 단계의 인프라 확대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중국의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 애니메이션 산업을 국가 핵심 문화산업으로 육성하면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제작 지원금, 인프라 조성, 해외 배급 지원 등 체계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성인 타깃 애니메이션은 유아동 애니메이션보다 더 높은 제작비와 긴 제작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해서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펀딩과 투자 유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정부 지원의 방식에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지원 방식은 주로 경쟁(컴피티션) 방식인데, 이러한 방식은 안정적인 콘텐츠 제작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또한, 지원을 받은 작품의 완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즉, 많은 정부 지원금을 소진하고도 시장에서 승부를 걸 수 있는 완결된 작품의 수가 한정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해외 52개 국가가 콘텐츠 제작을 완료했을 때 제작비 일부를 돌려주는 '리펀드 방식'으로 지원함으로써 결과물의 양과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역시 제작사가 안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리펀드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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