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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녀들', 구원의 '자격' 누가 부여하나 질문서 시작"[엔딩크레딧]

"'검은 수녀들', 구원의 '자격' 누가 부여하나 질문서 시작"[엔딩크레딧]

핵심요약

제작사 영화사 집의 오효진 제작이사
제작자에게 듣는 영화 '검은 수녀들' 탄생기 <상> 금기를 넘는 수녀의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영화 '검은 수녀들' 제작사 영화사 집의 오효진 제작 이사. 영화사 집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제작사 영화사 집의 오효진 제작 이사. 영화사 집 제공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에는 한 편의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참여한 여러 사람의 이름이 담겨 있습니다. '엔딩크레딧'에서는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기까지 달려온 다양한 영화인들과 영화에 숨겨진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 주의
 
지난 2015년 개봉한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오컬트, 그것도 서양 오컬트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구마 의식을 가져오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후 '검은 사제들'은 국내 오컬트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지금도 오컬트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이은 스핀오프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은 전편의 세계관을 잇되 두 사제가 중심이었던 이야기를 두 수녀로 옮겨오며 '구원의 자격'에 관해 묻는다. 누군가를 구원하고자 하는 신념에 '자격'이라는 것이 있는지, 그것을 누가 부여하는지 말이다.
 
정식 구마 사제가 아닌 서품조차 받지 못한 수녀가 가톨릭교회의 금기와 제약을 넘어 한 생명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그런 수녀의 신념에 이끌린 이들은 자신에게 가해진 제약과 금기를 넘어 공동의 목표, 즉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다.
 
이러한 금기와 경계를 넘어선 믿음과 신념, 연대의 오컬트 드라마는 과연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검은 수녀들'의 제작과 각색을 맡은 제작사 영화사 집의 오효진 제작이사를 만나 영화의 시작점과 지금의 영화로 탄생하기까지 과정, 그 과정 속에서 가졌던 고민을 들어봤다.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 

오컬트 '드라마'여야 했던 이유의 시작

 
▷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 '검은 수녀들' 기획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하다. 두 사제의 이야기를 두 수녀 중심의 이야기로 가져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수녀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장재현 감독이 만들어 놓은 매력적인 세계관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비슷한 그림과 이야기는 피하고자 했다. 원안을 쓴 박수민 작가와 이야기하다가 수녀라는 신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게 힌트가 됐다.
 
관련해서 공부하다 보니 가톨릭 세계 안에 수녀, 특히 구마 의식을 놓고 봤을 때 더 많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위치라는 걸 알게 됐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면 그냥 성별 전환 내지 단순히 사제를 수녀로 전환한 이야기밖에 안 됐다.
 
'검은 사제들'도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였다. '검은 수녀들'은 더 나아가 '사람을 살리는 자격이라는 게 제도 안에서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검은 사제들'이 전통적인 신앙 체계 안에서 이뤄지는 이야기라면, '검은 수녀들'은 제도권 밖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렇다면 해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 오컬트 중심의 '검은 사제들'과 달리 '검은 수녀들'은 드라마를 강화했다. 왜 '오컬트'가 아닌 '드라마'에 방점이 찍힌 방향으로 기획하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사람을 구원하는 자격을 누가 부여하는 것인가 질문에서 시작한 스핀오프이기에 지금의 장르가 된 것이다.

박수민 작가(원안)의 초기 시나리오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제약 속에서 싸우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수녀가 구마를 한다는 건 힘든 일이고, 초안에서는 마지막 구마에서 유니아 수녀는 한 발짝 내딛는 정도였다. 그리고 그 잠깐의 행위로 파문당하는 게 최초의 결말이었다. 훨씬 더 드라마에 가까운 형태였다. 이후 잠시 작업이 중단되고 1년이 지나 김우진 작가(각본)와 작업하면서 유니아가 제약 속에서 싸우지만 이미 경계를 넘어선 인물이면 어떨까 해서 서사를 다시 쌓았다.
 
이른바 기도발이 좋은 수녀로 일종의 전설처럼 불리지만, 경계를 넘어선 인물이라고 했을 때 파문이란 결말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바뀌면서 유니아가 마지막 구마의 완성까지 계속 주변과 부딪히는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여러 번의 구마와 무속이 들어오게 됐다.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 
▷ 확실히 가톨릭과 비(非)가톨릭, 즉 한국 무속 신앙인 굿과 민간신앙에서 이야기하는 삼신, 서양 점성술인 타로가 들어간 것 역시 '경계' '제약'을 넘는 유니아의 신념과 행보를 반영하는 장치들이다. 가톨릭에서 봤을 때 무속과 타로는 일종의 '미신'이자 비종교적인 것이니까 말이다.
 
제도권 밖에서 권위를 부여받지 못한 사람들이 싸워야 하기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는 거다. 그렇다고 어떤 능력물처럼 갑자기 무슨 초월적인 능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실제 일어날 법한 선에서 하고 싶었다. 그 안에서 '우리의 신념과 믿음은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격이 없다고 해서 행하는 일이 잘못된 일일까?'에 관해 계속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각 캐릭터와 그들의 신념을 반영해 이질적인 것들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두려고 했다.
 
▷ 영화를 보면 유니아의 구마를 반대하는 사제들을 대부분 유니아보다 윗세대다. 바오로는 유니아 세대로서 그래도 보수적인 집단 안에서 조금이라도 변화의 가능성을 보인 인물이다. 세대 갈등까지는 아니더라도, 보수적인 세대와 아랫세대의 차이는 보이는 것 같다.
 
캐스팅하고 관계자에게서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바오로 역에 젊은 배우를 캐스팅할 줄 몰랐다는 거였다. 애초에 마지막에 바오로는 유니아를 지지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으로 설정돼 있었기에 유니아와 비슷한 동년배로 갔다. 그래야 둘이 대립할 때 나이나 성별, 권위로 누르는 게 아니라 신념 대 신념으로 동등하게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 

"난 성애야, 강성애"

 
▷ 영화 속 유니아의 대사 중 "우리가 왜 괴물로 태어났는지는 하느님만 아시겠지"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리고 구마를 완성하는 핵심은 자백이며, 괴물의 진짜 이름을 알아야 한다고 한 뒤 유니아가 "난 성애야, 강성애"라며 자신의 이름을 밝힌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경계를 넘나드는 유니아는 어떻게 보면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이고, 또 특수한 능력을 가진 이질적인 존재다. 그런 자신을 '괴물'이라고 지칭하길 주저하지 않고, 본명을 드러내고 자신을 인정한다.
 
실제 제일 중요한 장면 중 하나였기에 초반에 찍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촬영 막바지에 찍은 장면이다. 영화에서 유니아의 서사나 전사는 정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나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도 미카엘라처럼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고,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걸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비슷한 길을 걷고 있을 후배에게 '내 존재를 주어진 제약이나 자격에 상관없이 밝히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이란다'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이자 유니아 자신에게 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 그 장면을 통해 비로소 두 사람이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고 연대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미카엘라가 유니아에게 콜라를 건네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고 말이다.
 
미카엘라가 콜라를 놔둔 건 마음을 나눠준 것이다. 영화에서 미카엘라는 아이스크림이나 탕후루 등 단 음식을 많이 먹는데, 실제로 무속인들이 굿을 하고 사탕 등 단 걸 먹는다. 미카엘라는 부마자인 희준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캐릭터다. 최선을 다해 희준을 보고 자신의 능력으로 탐색 등을 하려고 한다. 그러니 당이 떨어지는 것이다.

미카엘라도 유니아가 정확히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자신과 비슷한 부류라고 말했기에 분명 유니아도 자신의 능력을 쏟아부어서 당이 떨어졌을 거로 생각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 

'검은 수녀들'의 도전이 남긴 것

 
▷ 에필로그에서 어떻게 보면 가톨릭 내부의 이단아라 할 수 있는 '검은 사제들'의 최부제 최준호와 '검은 수녀들' 미카엘라가 또 다른 구마 여정을 떠날 것을 암시하며 끝난다. 후속 시리즈를 염두에 둔 건가?
 
'검은 수녀들'도 '검은 사제들'이 성공했으니까 2편, 3편을 만들어야지 하고 만든 건 전혀 아니다. '검은 사제들'에서 최준호가 다시 도심으로 들어가며 끝나는데, 에필로그에서 최준호와 미카엘라가 다시 도심으로 들어가는 이미지는 정확하게 작가에게 이야기한 결말이다. 에필로그가 없다고 영화의 완결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씨앗 같은 걸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사실 3편을 제일 원하는 건 김태성 음악감독인 거 같다.(웃음) 함께 작품을 오래 한 사이이기도 하고, '검은 사제들' 음악도 했었다. 이번에도 작업하면서 '이런 아이디어는 어떨까?' 등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해진 건 아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야 알겠지만, 만약 만들어진다면 관객들이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 배우의 모습을 빨리 보고 싶어 하실 거 같긴 하다.(웃음)
 
▷ 대형 상업영화에서 여성 주연 영화를 보기 드문 게 현실이다. 제작자로서 한국 영화 산업 안에서 '검은 수녀들'이 여성 투톱의 상업영화로서 가지는 의미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어쨌든 아직 여성들만 나오는 영화가 드물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검은 수녀들'이 좋은 명절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해서 개봉했다는 것 자체로도 되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물론 영화를 재밌게 본 분도, 만족스럽지 않게 본 분도 계시고, 해석도 다양할 테지만, 이런 시도가 계속 있게끔 하는데 앞으로 조금 도움이 되면 좋겠다.
 
▷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나? 대략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검은 수녀들'을 개봉하고 다음 작업 시나리오 회의를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내가 운명에 맞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더라. '가장 보통의 연애'도 다시 지지고 볶고 사랑하는 이야기였고, '국가부도의 날'도 거대하고 보수적인 시스템 안에서 소수 의견이 있었다면 여자였을 거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민규동 감독과 하는 다음 작품은 여자 두 명이 싸우는 코미디다. 시리즈물도 준비 중인데, 이방인으로서의 뱀파이어를 다룬다. 이건 남자 뱀파이어가 주인공이다. 또 판타지인데 운명에 맞서는 자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도 있다. 거창한 의미가 아니라 그런 인물에 매력을 느끼고, 그래서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웃음)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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