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영. WKBL
우리은행. WKBL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은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정규리그 당시 출전 시간이 많지 않은 심성영에게 "넌 큰 경기에 가면 잘할 거야"라고 격려했다고 밝혔다. 심성영에게 그 말을 전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혼난 기억밖에 없는데"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런데 김단비는 위성우 감독이 분명 그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심성영은 지난 시즌까지 청주 KB스타즈에서 뛰다가 올 시즌부터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KB스타즈 시절 오랜 기간 박지수와 함께 팀의 주축 선수로 뛰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에서는 출전 시간이 줄었다. 심성영은 김단비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연차가 많이 쌓인 베테랑이다.
코트에 서 있는 시간보다 벤치에 앉아 동료들을 응원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김단비는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특히 정규리그에서 친정팀 KB스타즈와 만났을 때 간절했던 심성영의 모습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었다.
김단비는 "심성영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언니, 나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아. 감독님이 벤치 쪽을 보면 제발 뛰게 해주세요라는 생각에 얼굴을 내밀게 되더라'고. 여자농구 전체로 봐도 고참인데 뛰게 해달라고 얼굴을 내밀 정도로 열심히 했다. 후배들이 본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심성영은 챔피언결정전 진출 티켓을 놓고 친정팀과 펼친 4강 플레이오프 최종전의 주역 중 한 명이다. 13득점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53-45 승리에 기여했다.
우리은행의 공격이 주춤했던 2쿼터 초반부터 득점포를 가동했다. 2쿼터에만 11점을 몰아넣었고 이는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우리은행은 초반 열세를 뒤엎고 리드를 되찾았고 이후 리드를 끝까지 빼앗기지 않았다.
심성영은 "(정규리그에서의) 기다림이 제개 좋은 영향이었던 것 같다. 벤치에 있는 시간이 길다보니 너무 뛰고 싶어졌다. 게다가 상대는 친정팀이었고 더 절실해졌다. 경기에 들어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 독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심성영은 큰 경기에서 제 몫을 해낼 것이라는 위성우 감독의 믿음은 현실로 만들었다.
심성영은 "경기에 들어가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전부 보여주자, 내 몫을 해내자고 생각했다. 김단비 언니의 책임감이 컸기 때문에 그걸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팀내에서는 나이로 두 번째인데 정규리그 때 보여준 게 없는 것 같다. 오늘은 제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 편하게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KB스타즈를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따돌리고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올랐다. 심성영은 이적 첫 시즌에 정규리그 우승과 챔프전 진출을 모두 이뤘고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전주원 코치 체제에서 4년 연속이자 통산 10번째 챔프전 진출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