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에 진입하려는 군인들이 이를 저지하는 시민, 국회 관계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독재와 민주주의는 정치사의 가장 첨예한 대립 구도다. 독재는 단순한 폭력이나 권력자의 강압적 통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체계적인 정보 조작, 심리적 압박, 여론 통제 등이 결합될 때 비로소 독재 체제는 공고해진다.
정치학자 한병진의
'독재의 법칙: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탐욕과 배신의 정치사'(2021, 곰출판)은 이러한 독재의 작동 원리를 분석하며 권력자가 어떻게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고 정당성을 확보하는지를 설명한다. 반면, 역사학자 전우용과 앵커 최지은의 대담집
'K민주주의 내란의 끝'(2025, 책이라는진화)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독재적 권력에 의해 위협받고 붕괴될 수 있는지를 한국 현대사를 중심으로 조명한다.
이 두 책을 교차해 읽으면 독재가 유지되는 논리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는 과정,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독재의 작동 원리와 민주주의의 붕괴
한병진은 독재 체제가 유지되는 핵심 원리로 '공동지식'(Shared Knowledge)의 조작을 꼽는다. 즉, 독재자는 단순한 검열이 아니라 국민들 간의 신뢰를 깨트리고, 정보의 흐름을 왜곡하여 공론장을 무력화함으로써 통치를 지속한다.
예를 들어, 독재자는 자신을 찬양하는 정보를 확산시키는 동시에 반대 의견을 흩어지게 만들어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할까?"라는 의문을 심어 놓는다. 이는 독재하에서 국민들이 서로 반대 의견을 나누기 어려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체제를 지지하는 것처럼 행동하도록 만든다.
책은 또한 '선거의 활용'에 대해서도 논한다. 독재 정권은 형식적인 선거를 통해 정당성을 유지하지만, 동시에 이를 반대 세력을 색출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이는 일당 독재국가에서 형식적으로 선거를 유지하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한병진은 이러한 독재의 전략이 단순한 역사적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디지털 미디어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더욱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반면, 전우용은 책 'K민주주의 내란의 끝'에서 한국 현대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민주주의가 위협 받는 과정과 그 원인을 분석한다. 특히, 2024년 12·3 내란 사태를 중심으로 반민주 세력의 특징과 그들의 사고방식을 조명하며 민주주의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 책은 '반민주 세력의 정신세계'를 분석하면서,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세력이 단순한 정치적 반대파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이념적 신념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독재 체제를 선호하는 이들은 국민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보다는 강력한 지도자의 결정을 신뢰하며 종종 계엄령이나 군사 개입과 같은 방법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쿠데타와 계엄을 활용한 권력 장악 시나리오에 대한 경고도 담겨 있다. 독재 정권은 민주주의적 절차를 무력화하는 과정에서 법과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군사적 폭력만이 아니라 법을 이용해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내부에서 침식시키는 것이다. 이는 '독재의 법칙'이 제시하는 독재 체제의 유지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독재의 전략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는 해법
이 두 책을 넘나들면 서로를 보완하며 독재와 민주주의의 역학 관계를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독재의 법칙'이 독재 체제의 구조적 논리를 분석하는 데 집중한다면, 'K민주주의 내란의 끝'은 현실적인 사례를 통해 민주주의가 어떻게 위협받고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독재의 법칙'에서 설명하는 '엘리트 숙청과 개인 우상화'는 'K민주주의 내란의 끝'이 다루는 특정 정치 세력의 권력 강화 방식과 연결된다. 독재자는 권력 내부의 경쟁자를 제거하며 특정 지도자를 절대적인 존재로 만들어 반대 의견을 차단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또한, 'K민주주의 내란의 끝'에서 제시하는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대안은 '독재의 법칙'이 설명하는 독재의 전략과 대조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시민의 역할을 강조한다. 두 책을 함께 읽으면 독재의 전략을 이해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책을 고민할 수 있다.
'독재의 법칙'과 'K민주주의 내란의 끝'은 단순히 독재의 폐해를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가 왜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시민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곰출판·책이라는신화 제공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 두 권의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독재는 강압적인 폭력만이 아니라, 여론 통제와 정보 조작을 통해 유지된다"는 것, "민주주의는 자연스럽게 유지되지 않으며, 방치하면 언제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 "독재의 전략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독재의 원리를 이해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오늘날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이 두 책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경고와 해법을 제시한다.
■독재의 법칙
한병진 지음 | 곰출판 | 292쪽
■K민주주의 내란의 끝
전우용·최지은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