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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허위 드러난 중국인 간첩 보도…왜 눈 감고 얼굴 돌리는가

[기고]허위 드러난 중국인 간첩 보도…왜 눈 감고 얼굴 돌리는가

'중국인 간첩설'을 1면에 보도한 스카이데일리 1월 17일자 지면. 이은용 칼럼니스트 제공'중국인 간첩설'을 1면에 보도한 스카이데일리 1월 17일자 지면. 이은용 칼럼니스트 제공 
"미국에서 오는 제보가 많아요. (우리 언론이) 같이 취재해야 합니다."

 지난 2월 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 15층 언론중재위원회 엘리베이터 앞에서 스카이데일리 발행·편집인 조정진이 내게 한 말이다. 나는 그에게 "중국인 간첩 보도가 사실인지"를 물었다.

지난해 12월 3일 한국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 작전'을 벌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붙잡은 '중국인 간첩 99명을 오키나와 미군 기지로 압송'했고, 그때 체포한 간첩이 '한미 부정 선거 개입을 자백'했다는 올 1월 16일과 17일 자 스카이데일리 보도.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한미 공동 체포 작전 자체가 아예 없었고, 한국 계엄군이 선거연수원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았다.

조정진이 말한 "미국에서 오는 제보" 실체도 드러났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주인공처럼 옷을 입고 다니며 스스로를 "시아이에이(CIA) 블랙 요원"으로 포장했던 안병희의 거짓말. 한국 군대 병장 출신으로 미국엔 가 본 적 없는 안병희 스스로도 "제가 기사를 공개하면서 모든 사람이 다 저한테 속았다"고 토로했다. 그가 공개했다는 기사가 이른바 '미국에서 오는 중국 간첩 99명 제보'였던 것. 안병희는 "스카이데일리 기자도 속았고, 제가 (스카이데일리) 기사(를) 보여 주면서 얘기했던 모든 사람이 저한테 속았다"고 덧붙였다.

그가 스카이데일리 기사를 보여 주면서 얘기했던 사람에는 한때 국회의원이었던 민경욱과 국무총리였던 황교안도 있다. 특히 황교안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신라스테이 서대문점에서 열린 스카이데일리 후원의 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살리기 위해서는 특별히 언론이 중요한데······중략······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언론은 스카이데일리"라고 추어올렸다. 올 1월 16일 자 스카이데일리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압송' 보도를 자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리며 부정 선거 망상을 퍼뜨리는 데 쓰기도 했다.

국무총리였던 사람과 스스로 '시대의 금기를 깨는 정론 종합 일간신문'이라 일컫는 스카이데일리가 함께 빚은 허위. 극우 태극기 집회와 유튜브는 말할 것 없고 윤석열 탄핵 재판 법정에까지 닿았다. 윤석열 쪽 법률 대리인 배진한이 1월 16일 자 스카이데일리 보도를 알리며 부정 선거 망상에 힘을 보태고 계엄 선포 까닭인 듯 변론한 것. 허황한 부정 선거 망상에 사로잡힌 전직 총리와 스카이데일리와 변호사가 빚는 사회 비용은 대체 얼마나 될까. 참으로 가늠할 수 없다. 특히 스카이데일리 발행인 조정진은 이 무거운 책임을 오롯이 질 수 있는가.

내가 언론중재위 엘리베이터 앞에서 조정진으로부터 "미국에서 오는 제보" 이야기를 듣게 된 건 스카이데일리 2024년 12월 18일 자 <[박경호 칼럼]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켰다고? 왜?> 때문. 아무런 근거 없이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대한민국 언론을 장악"했고 "TV가 언론노조 대변인"이며 "한국 사회가 겪는 혼란이 언론노조 선동 때문"인 것처럼 썼다. 뚜렷한 허위였기에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과 출석을 내가 맡아 했다.

스카이데일리 측의 정정 및 반론보도문. 이은용 칼럼니스트 제공  스카이데일리 측의 정정 및 반론보도문. 이은용 칼럼니스트 제공 
그날 언론중재위에 온 조정진은 "나도 언론계 (종사) 38년 중 30년 동안 노조 활동을 했다"며 흔쾌히 '정정 및 반론 보도'에 합의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월 11일 "사실 확인 결과, 언론노조가 언론사 경영권과 인사권을 장악하거나 TV가 언론노조 대변인이었던 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는다"고 보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한국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려는 선동을 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혀 왔다"는 반론 보도도 함께 냈고.

그릇된 보도를 바로잡은 스카이데일리 조정진. 언론인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했다. 한데 왜 '중국인 간첩 허위 보도'엔 눈감고 얼굴을 돌리는가. 되레 "세기적 특종"이라고 추어올리고 근거 없는 후속 보도까지 여러 차례 허용했다. 허위에 살을 붙이고 날개를 달아 한국 사회가 치를 비용을 키우고 있지 않은가.

유감이다. 매우 큰 유감. 근거와 검증 없는 '중국인 간첩 타령'이 한국 사회를 찢고 있어서다. 당신이 자랑하는 "언론인 38년"을 스스로 밟지 마라. 스카이데일리 허위 보도 행위가 어찌 평가되고 기록될지를 진정 모르겠는가. 가슴에 손부터 올려놓을 일이다.

이은용 칼럼니스트. 본인 제공이은용 칼럼니스트. 본인 제공
이은용 칼럼니스트.
- 전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 전 뉴스타파 객원기자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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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VERrompang2025-03-27 15:07:23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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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서울고법 형사6-2부 최은정,이예슬,정재오 판사조는 이런 허위사실유포로 굳이 사과안해도 된다네요..무죄랍니다 .그냥 개인의 공상이었고 의견일 뿐이었으면 그만이라나....한 정치인의 자신의 출세가도를 위한 꼬리자르기로 사람들이 죽고 `매몰처분`되었는데도 말이죠..저 판사들, 자기 가족이 그런 일 당했어도 저 따위 판결 했을지..원~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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