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술자리 회유'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첫 신병 확보 시도가 불발됐다. 검찰이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이들 중엔 대북송금 사건의 유죄 확정 판결에 결정적인 진술을 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이 포함돼 있다.
안 회장에 대한 진술 회유 정황을 먼저 짚은 후 검찰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회유 의혹까지 수사를 확대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품 오간 사실관계 인정…구속 사유 안돼"
11일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안 회장과 쌍방울 방용철 전 부회장, 박모 전 쌍방울 이사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남 부장판사는 안 회장에 대해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고 기본적인 증거들 또한 수집돼 있는 점, 일정한 주거와 가족관계, 수사경과 및 출석 상황, 피해가 전부 회복된 점, 피의자의 건강상태 등을 종합할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방 전 부회장에 대해서도 "범죄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된다"면서도 안 회장과 같은 제반 상황을 이유로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특히 박 전 이사에 대해선 "일부 범죄혐의가 소명되나 관련 피해는 전부 회복됐다"며 "나머지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와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 경과 및 출석 상황 등을 종합할 때 현 단계에서 범죄혐의 및 구속의 사유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서울고검 인권침해 점검 태스크포스(TF)는 안 회장에 대해 횡령 등 혐의로, 방 전 부회장과 박 전 이사에 대해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방 전 부회장 등이 안 회장에게 회삿돈으로 총 1억여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다.
검찰은 방 전 부회장 등이 안 회장 딸에게 오피스텔을 제공하고 임대료와 보증금을 대납해 7280만원을 건넨 것으로 봤다. 안 회장 딸을 쌍방울 계열사에 허위로 취업시켜 급여 명목으로 2705만원을 주고, 500만원 상당의 안 회장 변호사 비용을 대납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안 회장이 쌍방울 측으로부터 이같은 경제적 지원을 받고, 이후부터 대북송금에 관한 기존 진술과 증언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안 회장은 2023년 1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관련 재판에선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는 경기도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쌍방울 측의 금전 지원이 이뤄진 이후인 같은 해 4월 재판에선 '이 전 부지사 요구에 따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측에 5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기존 진술과 증언을 뒤집었다.
서울고검 TF는 초반 감찰 과정에서 쌍방울 측이 안 회장에게 한 경제적 지원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 수사로 전환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 중에는 안 회장이 자신의 딸에게 쌍방울 측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이 있었음을 언급하는 통화 녹취도 포함됐다.
▶관련기사: [단독]"용철이 삼촌에 말해"…檢, 쌍방울→안부수 금전지원 증거 확보) 반면 안 회장 등은 경제적 지원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진술 변경과의 관련성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쌍방울 계열사의 사내이사였던 안 회장이 대북송금 관련 수사를 받으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도의적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졌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역시 영장심사 과정에서 쌍방울 측의 경제적 지원이 진술 회유 대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안 회장 등 피의자 측 주장을 받아들여 구속수사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어·술 파티 의혹엔 "다툼의 여지" 판단도
2025년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사진 맨 앞)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중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한편 서울고검 TF가 애초에 감찰을 착수하게 된 이유인 이른바 '연어·술 파티' 진술회유 의혹과 관련해선 법원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 향후 수사가 주목된다. 검찰은 박 전 이사에 대해선 2023년 5월 17일 쌍방울 법인 카드로 소주를 구입해 수원고검 조사실에 몰래 반입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이 이같은 사유로 기각한 것이다.
앞서 법무부는 당시 수원고검 조사실에서 이른바 '연어·술 파티'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진술 회유가 있었다는 취지의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의혹을 폭로한 이 전 부지사에 대해 당시 조사에 참여한 수사팀 검사들은 '거짓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한편 구속영장들이 기각되면서 '대북송금 진술 회유' 의혹의 정점에 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으로 향하던 검찰 수사에도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김 전 회장은 안 회장에 대한 진술 회유뿐 아니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진술 회유에도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안 회장과 이 전 부지사로부터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김 전 회장이 회유를 주도한 것은 아닌지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