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성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원실. 황진환 기자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문을 맡았던 통일교 계열 단체 세계평화도로재단(이하 도로재단)이 수년간 억대 고문료를 써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재단의 고문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임 전 의원은 "고문료를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다. 임 전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과 함께 경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30일 CBS노컷뉴스가 확인한 국세청 신고 자료에 따르면, 도로재단은 지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7년간 고문료 명목으로 2억 5천만 원 가까이 지출했다. 현재는 '세계피스로드재단'으로 이름을 바꾼 세계평화도로재단은 통일교 창시자 문선명 총재의 주장을 토대로 한일 해저터널 설치를 강력히 주장해 온 단체다.
단체는 고문료에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매해 3600만 원가량 지출하다, 2023년엔 2200만 원, 2024년엔 800만 원으로 줄여 7년간 총 2억 4640만 원을 집행했다.
임 전 의원이 고문으로 위촉된 시점은 현역 의원 시절이었던 2017년 12월. 그 전후로 임 전 의원은 여러 차례 해당 단체와 한일 해저터널 관련 행사를 공동 주최하거나 단체의 행사에 참석해 축사했다.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이모 전 의원도 고문으로 위촉됐다.
송광석 전 회장이 지난 2023년 4월 통일교 산하 세계피스로드재단(전 세계평화도로재단)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세계피스로드재단 홈페이지 캡처임 전 의원이 고문으로 위촉된 시점은 공교롭게도 통일교-정치권 로비의 핵심 '키맨'으로 지목된 송광석 전 통일교 한국협회장이 도로재단의 부이사장직을 맡은 직후다. 송 전 회장은 2017년 11월 부이사장직에 올랐고, 한 달 뒤 임 전 의원이 고문을 맡은 것이다.
당시 도로재단의 이사장은 외국인이 맡았고 송 전 회장은 부이사장이자 한국회장이란 직함으로 단체의 국내 대표 격으로 활동했다. 이후 송 전 회장이 주요 직책에서 물러난 2022년쯤부터 이 단체의 고문료가 줄어든 것 역시 공교롭다.
송 전 회장은 이 단체 외에도 통일교 산하의 천주평화연합(UPF),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 등의 대표자를 맡으며 임 전 의원을 비롯해 정치권에 후원금 등을 건네며 전방위적 로비를 한 핵심 인물로 지목된다. 경찰도 송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지난 24일과 26일 사흘 만에 두 차례 소환 조사했다.
도로재단과 임 전 의원의 관계는 통일교 교주 한학자 총재에게 보고되는 내용들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내부 문건에서도 드러났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약 3천 쪽 분량의 'TM(True Mother, 통일교에서 한 총재를 지칭하는 약어)보고'라는 이름의 문건엔 2017년 11월 일자로 '국토부가 성격이 달라졌다는 판단으로 변경을 불허하던 상태에서 임 전 의원의 협조를 받아 재단 이름 변경 승인을 받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혔다.
당시 임 전 의원은 국토부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으며 실제 해당 재단은 그 시기 '세계평화터널재단'에서 단체명을 변경했다.
문건 중 2017년 12월로 날짜가 적힌 보고 내용에선 임 전 의원이 도로재단의 고문직을 수락해 위촉패를 수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건에 따르면 해당 보고 부분을 직접 작성한 사람은 송 전 회장이었다. 해당 보고 글에서 그는 "도로재단의 부이사장 직함을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한일터널 추진운동을 주도하기 위해선 '부이사장 겸 한국회장'으로 일하는 것이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적기도 했다.
임 전 의원은 금품 수수 의혹을 비롯해 통일교와의 연관성도 부인하고 있다. 임 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도로재단의 고문직 위촉과 관련해 "잘 모르겠다"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다만 그는 "해당 단체로부터 고문료를 받은 적은 분명히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임 전 의원은 송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친했다"며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통일교와는 관련 없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송 전 회장과 남북통일 등과 관련된 활동을 해 교류했을 뿐이란 취지다. 임 전 의원은 통일교 내부 보고 문건에 담긴 내용 관련해선 "엉뚱한 내용이 너무 많다"며 "기존에 진행되던 내용을 마치 자기들이 한 것처럼 포장을 하거나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BS노컷뉴스는 송 전 회장과 도로재단(현 피스로드재단) 측의 설명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