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모범택시3' 김도기 역 배우 이제훈. 컴퍼니온 제공청소년 불법 도박, 아이돌 연습생 착취, 해외 인신매매부터 12·3 비상계엄까지 2025년에도 '택시 히어로' 김도기는 피해자와 시청자들의 꽉 막힌 속을 뚫어주기 위해 종횡무진 세상을 누볐다.
'모범택시3'와 김도기는 가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판타지적인 히어로지만, 그와 무지개 운수 사람들이 나서는 각종 사건은 '현실'에 기반한다. 현실의 가해자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하거나 법망을 피해 다니지만, 김도기의 세계에선 다르다.
김도기와 무지개 운수가 나서면 '권선징악'은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 진리가 된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시즌 3에 이르기까지 김도기와 무지개 운수를 응원하는 것이다.
'모범택시3' 종영 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도기 역의 배우 이제훈 역시 이러한 점, 요즘 말로 '사이다'를 제공하는 점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 시즌 3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배경이라고 생각했다.
이제훈은 "사람들이 가진 세상을 향한 답답함과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그런 부분에서 '모범택시' 시리즈가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다고 생각한다. 또 현실과 다른 지점에서 통쾌함을 전달하다 보니 시청자들도 시즌 4를 응원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 역시 시청자들만큼이나 "무지개 운수 사람들을 다시 또 만나고 싶다"고 했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3' 스틸컷. SBS 제공 김도기와 무지개 운수, 비상계엄 막고 책임자 '처단'
그동안 수많은 사건과 사회적 이슈를 다뤄온 '모범택시' 시리즈는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을 뒤흔든 대통령의 내란이 일어난 지 1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그날의 일을 시즌 3의 마무리로 선택했다. 비상계엄부터 햄버거집 회동까지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협한 12·3 내란 소환에 시청자들은 현실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단죄에 드라마로나마 대리만족을 느꼈다.
이제훈은 "재작년(2024년)에 우리나라에 큰일이 벌어졌고, 대다수에게는 굉장히 큰 위기의식으로 다가왔었다. 그에 대해 작가님이 느끼는 바와 생각들이 '모범택시3' 스토리에 녹아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계속 모니터링하고 느끼는 바를 솔직한 측면에서 담다 보니, 저도 그런 부분을 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담긴 메시지 중 하나는 '연대'라고 했다.
"권력이 통제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어떤 위험이 발생할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시민의 선택과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해당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시청자가 '모범택시3' 마지막 화를 보며 통쾌함을 느낀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악플을 달며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제훈은 "모든 작품은 각자 해석하는 부분에 있어서 다르고, 그렇기에 그에 관해 다수의 의견과 소수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난 모든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현재 시점에서 해석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서 해석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며 "이 시리즈가 유효하게 이어진다면, 시즌 1·2가 그랬듯이 시즌 3도 나중에 또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밝혔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3' 스틸컷. SBS 제공 위장과 잠입의 귀재 김도기, '아이돌 댄스'도 문제 없어
김도기가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선보이는 것은 바로 '위장'과 '잠입'이다. 김도기는 사건 해결을 위해 매번 그에 맞는 신분으로 변신한다. 이른바 김도기의 '부캐'는 매 에피소드 궁금증과 기대를 유발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시즌 3에서는 이제훈의 숨겨왔던 댄스 실력이 화제를 모았다. 옐로스타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성착취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아이돌 매니저로 변신, 극 중 걸그룹 엘리먼츠 멤버 대신 리허설 무대에 올라 춤을 추는 장면은 시청자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제훈은 "예상하기로는 작가님이 나의 과거를 파묘해 봤을 때, 내가 팬미팅이나 사람들 앞에서 춤 췄던 모습을 한 번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하시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돌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했다. 거의 한 달을 연습했는데, 울면서 연습했다"며 웃었다.
"그래도 K-팝 산업에서도 어두운 측면이 있을 텐데, 그런 부분에 관해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재밌는 요소로 활용되어서도 좋았죠. 동시에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볼 수 있는 에피소드여서 저한테 있어서는 도전이었고요. 다시는 보이지 않을 에피소드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SBS 드라마 '모범택시3' 김도기 역 배우 이제훈. 컴퍼니온 제공김도기가 춤도 추고, 타짜가 되는 등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게 만드는 건 불법 도박, 살인, 패륜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빌런' 때문이다. 시즌 3에서도 국제 인신매매를 일삼는 일본의 불법 사금융 조직의 수장(가사마쓰 쇼), 중고차 사기 카르텔(윤시윤), 사이코패스(음문석), 아이돌을 착취하는 기획사 대표(장나라) 등 사회의 다양한 악인들이 등장했다.
이제훈은 "'모범택시' 매 에피소드에 있어서 빌런의 몫이 굉장히 크다"며 "제작진과 감독 등 모든 사람이 빌런 캐릭터를 누가 맡는지에 따라 시리즈를 향한 관심과 사랑이 남다를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어떤 배우를 빌런으로 캐스팅해야 할지 서로 많은 의견을 냈다.
한 예로, 아이돌 에피소드에서는 이전에 연기한 캐릭터와 다른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가수 활동 경력도 있으면서 한 번도 악역을 맡은 적이 없는 장나라는 최적의 캐스팅 대상이었다. 그리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한 제안에 장나라는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3' 스틸컷. SBS 제공이제훈은 "너무나 큰 용기를 갖고 선택해 주셔서 우리는 천군만마 얻은 기분이었다"며 "마지막에 본캐 김도기와 장나라 선배님의 강주리가 만난 옥상 신은 아직도 시즌 3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 장면"이라고 했다.
장나라 외에도 윤시윤 역시 이전과는 다른 이미지로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충격 아닌 충격을 남겼다. 이제훈은 "계속 선하고 착한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이렇게 악랄한 캐릭터를 연기할지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걍렬했다"며 "한 에피소드에 짧게 나오는 캐릭터임에도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던진 모습이 감동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모범택시3'를 빛낸 빌런들을 떠올리며 "나는 그런 모습 보여줄 수 있을지에 관한 생각도 많이 들었고, 나도 언젠가 악역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내게도 빨리 그런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 너무 기다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3' 김도기 역 배우 이제훈. 컴퍼니온 제공 대표작 '모범택시3' 여정 마친 이제훈, 새로운 대표작 향한 여정 시작
이제훈은 2025년 '협상의 기술' '시그널2' '모범택시3'를 동시에 촬영하며 누구보다 바쁘게 지냈다. 이 가운데 '협상의 기술'과 '모범택시3'를 마무리하고, 원래대로라면 올해 '시그널2'로 시청자들과 다시 재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연 배우 중 조진웅이 은퇴를 선언하며 방송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제훈은 이에 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리스크로 인해)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노력에 대한 가치가 없어지는 부분을 고민하게 되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의 노고와 노력이 담긴 부분에 있어서 그런 진정성이 각 작품에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이 없어지거나 희미해지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이런 고민을 하는 데에는 긴 여정을 함께한 '모범택시' 시리즈도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 세 번째 시리즈까지 함께한 제작진과 무지개 운수 식구들을 비롯한 여러 배우와의 시간을 통해 작품과 연기, 그리고 스스로에 관해서도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다.
이제훈은 "5년이란 시간을 '모범택시' 시리즈와 함께하고,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이야기들을 반영해 녹여내다 보니 확실히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아직 '모범택시' 시리즈는 '배우 이제훈'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모범택시'가 희석되지 않고 계속 좋은 가치로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희망하고 있어요. 그리고 또 다른 이제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작을 앞으로도 찾을 겁니다. 그런 작품이 있다면, 저의 모든 것을 던져서 해보고 싶어요. 5년 후, 10년 후 제 모습을 상상해 보고, 기대해 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