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에서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한국문학과 문화콘텐츠 번역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이 본격 추진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은 28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남대문에서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대학원 설립 계획과 비전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학·출판계와 정부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으며,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시인 문정희·나태주, 소설가 황석영·은희경, 문학평론가 권영민·유성호, 번역가 달시 파켓, 박은관 시몬느 회장 등 총 9명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했다.
설립추진위원회는 향후 대학원 설립 방향 설정과 정책 자문,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을 맡는다.
번역대학원대학교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 등 7개 언어 전공의 석사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며, 내국인 30명·외국인 30명 등 연간 60명을 선발해 2027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된다. 향후 박사 과정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설립은 최근 한국문학과 K-콘텐츠의 글로벌 수요 확대와 맞물려 추진됐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해외 출판과 번역 수요가 급증하면서, 체계적인 번역 인력 양성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수용 번역원장은 "번역원 창립 30주년을 맞은 지금이야말로 보다 고도화된 교육기관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디지털 전환 시대에 세계 문화예술 교류를 선도할 전문 번역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28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에서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이날 발족식에서는 '번역'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도 함께 제기됐다.
도종환 위원은 "한국문학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언어 장벽으로 인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문학의 맥락과 감수성을 살려낼 수 있는 전문 번역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나태주 시인은 "해외에서 한국 소설은 점차 알려지고 있지만 시 번역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이번 설립을 계기로 시 번역까지 폭넓게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호 평론가는 "번역은 단순한 언어 변환이 아니라 하나의 비평 행위이자 문화 해석"이라며 "이론과 실습이 결합된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상 메시지로 참여한 황석영 작가는 인공지능(AI) 시대 번역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번역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와 감각은 인간 번역가의 영역"이라며 "깊이 있는 문학 번역을 위해서는 결국 사람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AI 번역은 초벌 작업에 활용 가능하지만, 문학 번역의 핵심인 문화적 맥락과 감정의 층위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28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에서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번역대학원대학교는 기존 번역아카데미를 학위 과정으로 전환하는 형태다. 번역원은 2008년부터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하며 16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지만, 비학위 과정이라는 한계로 전문 경력 연계와 국제 협력에 제약이 있었다.
곽현주 번역교육본부장은 "학위 과정으로 전환되면 국내외 대학과의 협력 확대와 함께 번역 교육의 외연을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향미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K-문학과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번역의 질이 핵심"이라며 "번역대학원에서 배출될 인재들이 문화 교류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번역원은 올해 교육부에 설립 인가를 신청하고, 심의 절차를 거쳐 2027년 개교를 목표로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