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는 있는데 능력이 소진됐다 — 미국의 진짜 약점
소현철 교수는 <경제적본능>에서 중동 전쟁을 "의지와 능력의 싸움"으로 봤다. 양쪽 모두 싸우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약점은 유가다. 미국은 원유를 자체 조달할 수 있지만 국제 유가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국내 물가를 피해갈 수 없다. WTI 유가는 이미 94달러를 넘었고, 미국 전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돌파했다. 캘리포니아는 5달러를 넘었다. "미국에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갤런당 3달러가 넘으면 그 어떤 정치인도 정치적으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지금 4달러가 넘었습니다."
군사적 능력도 한계에 왔다. 소 교수에 따르면 미국이 보유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40%가 두 달 만에 소진됐다. 로키드 마틴의 연간 생산량은 600발인데, 이미 1200발을 썼다. 우크라이나 전쟁 4년치의 두 배를 6주 만에 쏟아부은 셈이다. "미국은 반도체나 미사일 설계 능력은 세계 최고입니다. 문제는 생산 능력입니다. 이 전쟁을 수행할 물적 토대가 없어요."
5월 30일 마지노선 — 드라이빙 시즌 전에 끝내야 한다
소 교수는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이 두 개 있다는 것이다."1차 마지노선이 4월 30일, 2차 마지노선이 5월 31일입니다." 이유는 물가 전달 시차 때문이다. 유가가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두 달이 걸린다. 3월부터 시작된 고유가가 5월부터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된다. 거기에 결정적인 이벤트가 겹친다.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6월 초입니다. 방학이 시작되면 가족들이 차에 기름을 넣고 달려야 하는데, 갤런당 4달러, 5달러짜리 기름을 넣을 때마다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11월 중간선거도 변수다. 오일쇼크 때 살아남은 대통령은 역사상 없었다. 1차 오일쇼크 이후 닉슨은 워터게이트로 사임했고, 2차 오일쇼크 이후 카터는 레이건에게 역대급으로 패배했다. 바이든도 유가가 갤런당 3달러를 넘으면서 민심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걸 모를 리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과 달리 자꾸 협상을 얘기하는 겁니다. 5월 31일이 넘어가면 미국도, 이란도 두 레짐 모두 진짜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란의 계산 — "트럼프의 가장 큰 약점은 물가"
이란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작년 경제난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경험했고, 혁명수비대의 사금고 역할을 했던 은행이 파산하면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불렀다. 원유 수출도 막혔다. 그럼에도 이란이 버티는 이유는 트럼프의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 교수는 이란 지도부의 내부 지지율이 30% 수준에 불과하다고 봤다. "혁명수비대와 하메네이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이 30%밖에 안 됩니다. 이란 지도부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전쟁이 오히려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협상 파트너의 문제다. 이스라엘이 이란 지도부 48명을 제거하면서 실질적으로 협상을 이끌 주체가 애매해졌다. "휴전이나 종전이 제일 어렵습니다. 역사가 항상 그걸 증명해 왔어요. 전쟁 시작은 쉬워도 끝내는 건 다릅니다."
중국 변수 — 5월 14일 미중 정상회담이 변곡점
소 교수는 5월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역시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트럼프의 원래 구상은 이란과의 전쟁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에너지 패권을 확보한 뒤 중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지금 모양새로는 협상력이 없다. 중국도 마냥 편한 상황이 아니다. 이란 원유 수입이 막히면서 러시아산 원유에 100% 의존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그간 이란 원유를 시장 가격보다 20~30% 싸게 사왔는데 그게 막혔습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100% 의존하는 건 중국에도 리스크다. 결과적으로 이 전쟁의 최대 수혜국은 러시아가 됐다. 유가가 55달러에서 100달러로 올라가면서 러시아는 앉아서 이득을 보고 있다.
유가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다
카타르, 바레인에 이어 쿠웨이트까지 원유 수출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한국 원유 수입에서 쿠웨이트산 비중은 약 10%다. 그러나 소 교수는 고유가가 생각보다 빨리 해소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유가는 경제 문제가 아니고 100% 정치적 이슈다. 역사가 그걸 증명해 왔다"며 "전쟁이 소강 상태에만 접어들고 러시아산 원유 제재만 풀어줘도 유가는 생각보다 빠르게 70달러 밑으로 내려간다"고 말했다.
코스피 6,700 돌파 —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구조
전쟁 중에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총의 41%를 차지하는 상황에서다. 두 종목을 제외하면 코스피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은 오히려 3.7% 감소했다.
소 교수는 이 현상의 뿌리를 미중 패권 경쟁에서 찾았다. 2015년 시진핑이 중국 제조 2025를 선언하면서 반도체 국산화를 드라이브했고, 안보 위협을 느낀 미국이 AI에 본격 투자를 시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까지 빅4가 AI 결합 사업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씩 늘면서 치킨게임에 들어갔다.
실제로 빅4의 올해 AI 투자 확정 금액만 6,700억 달러, 약 900조 원이다. D램 가격은 최근 4배 가까이 올랐다. 여기에 NVIDIA의 차세대 칩 베라 루빈에 들어가는 HBM과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수요까지 폭증하면서 메모리 대란이 일어났다. 소 교수는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 시장 추정치가 300조 원을 넘고, SK하이닉스는 240조 원이고 작년에 각각 43조, 47조였다"며 "주가는 실적의 함수라는 걸 감안하면, 지금 올라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 vs 하이닉스 — 아무도 안 보는 조커는 어디?
PER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6배, SK하이닉스는 5배 수준이다. 통상 10배를 기준으로 보면 두 종목 모두 업사이드가 크다는 게 소 교수의 판단이다. 하이닉스의 최근 강세는 낸드 사업부 때문이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이후 약점으로 꼽히던 낸드가 AI 데이터센터 SSD 수요 폭증으로 흑자 전환했다.
눈에 띄는 건 소 교수가 진짜 주목하는 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이라는 점이다. 그는"파운드리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순간, 주가가 가장 세게 올라간다"며 "지금 시장이 아무도 안 보고 있는데 저는 계속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배경으로 소 교수는 파운드리와 관련해 미국이 대만 의존도가 높은 상황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파운드리를 가진 나라는 대만이 90%, 삼성이 10%다. 군사 무기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가 모두 10나노 이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대만 의존도 90%를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텍사스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이유도 이 맥락에서 설명이 된다. 소 교수는 "파운드리가 흑자 전환하면 삼성에는 또 다른 조커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5월의 뇌관 — 파업, ETF, 전쟁이 동시에 온다
5월은 변수가 한꺼번에 몰린다. 5월 21일 삼성전자 총파업, 5월 22일 삼성·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 상장, 5월 14~15일 미중 정상회담이 겹친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30조 원 손실과 전 세계 반도체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 소 교수는 파업보다 협력을 주문하면서 "1년 전에 반도체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생각해보면, 지금 이 좋은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는 법은 없다"며 "파운드리 흑자 전환에 노사가 합심하는 게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ETF 출시는 수급 측면에서 호재다. 주식은 펀더멘탈도 중요하지만 수급도 중요한 만큼, 소 교수는 "레버리지 ETF가 수급의 불을 당기는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추천 여부에 대해서는 "야수의 심장을 가진 분들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 방산 — 반도체 다음 주자는
2차전지도 반등 중이다. 소 교수는 ESS 배터리 수요 폭발을 배경으로 꼽았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기차 캐즘과 무관하게 산업 자체의 구조적 수요가 살아났다는 분석이다. 방산주에 대해서는 천궁-II의 UAE 실전 요격률 96%를 언급하며 구체적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천궁-II에 들어간 반도체 기술이 이번에 실전으로 완전히 검증됐다"며 "로키드 마틴이 물량을 못 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바로바로 생산해줄 수 있다. 중동 국가들이 한국형 미사일 체계를 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KF-21도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에서 KF-21 한 대가 무인기 4대를 통합 지휘하는 구조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막대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경쟁력이 우위를 점하는 데 결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30년이 되면 KF-21이 프랑스 라팔보다 좋을 수 있다. 우리 반도체 기술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 10,000 — 전쟁이 끝나면 가능하다
소 교수는 미중 패권 경쟁이 앞으로 15년은 더 지속될 것으로 봤다. 미국이 한국을 믿을 수 있는 동맹으로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은 진주만 트라우마가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패권 경쟁 상대다.
AI 투자 사이클의 둔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상반기까지는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봤다. 소버린 AI 경쟁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 교수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이 자체 AI를 만들려 한다"며 "자기 나라 언어와 가치를 담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이게 또 다른 메모리 수요로 기능할 것이라 말했다. 이같은 환경에서 메모리반도체의 유일한 공급업체인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여기서 30~40%만 더 올라가도 코스피 지수는 8,000이 넘어간다는 점을 들면서 "미국·이란 전쟁이 끝나면 저는 개인적으로 만두, 즉 코스피 10,000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AI 열풍이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