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군중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만유인력을 발견해 고전 물리학을 완성한 아이작 뉴턴(1642~1727)이 말년에 주식 투자를 하면서 주변에 남긴 말이다. 천재 과학자로 명성을 떨친 후 영국의 조폐국 사장까지 지낸 그는 늦은 나이에 무역을 독점하는 '남해회사'에 투자해 주식을 시작했다. 처음 몇 해 주식으로 재미를 본 그는 70대 후반인 1720년 모아둔 연금과 저축 전체를 주식에 '몰빵'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뉴턴은 소위 벼락거지가 됐다.
뉴턴이 처음부터 무리한 주식투자를 한 것은 아니었다. 남해회사 주식을 100파운드에 사서 400파운드에 팔 정도로 수익율이 좋았는데도, 아직 팔지 않은 주변 친구들이 더 큰 수익을 얻는 것을 보고 조급함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모든 안정자산을 처분해 800파운드에 주식을 다시 사들였지만, 상투를 잡아 전 재산을 날렸다.
3백여년 전 천재 과학자도 피하지 못한 '포모' (FOMO: Fear Of Missing Out)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요즘이다. 단기간에 이뤄낸 코스피의 눈부신 성장은 슈퍼사이클을 탄 반도체 기업들의 눈부신 실적과,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이재명 정부의 국내 주식 부양책 등 여러 요인이 겹친 국가적 경사다.
그런데 최근들어 위험 신호들이 수치로 감지된다. 코스피를 떠받치는 주요 동력이 포모에 사로잡힌 개미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된 것. 우선 신용거래융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빚투'를 짐작케하는 대표 지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6조567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거래일 기록한 기존 사상 최대치 36조4697억 원보다 하루만에 1천억 원 늘었다.
가계 빚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워 2천조원에 다가섰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가계 빚은 1천993조1천억원으로 작년 말(1천979조1천억원)보다 14조원 늘어났다. 특히, 증권사 등 기타금융중개회사의 신용이 4조8천억원 급증했다. 며칠새 수천억, 몇달새 수조원의 빚이 증시에 빠르게 흘러들어가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수치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의 최근 태도는 관리보다 관망에 가깝게 느껴진다. 지난 3월만 해도 '빚투'에 대해 수차례 경고 메시지를 내놓던 당국이 최근들어 투자 관련 발언은 아낀다는 평들이 나온다. 실제 이번달에 '빚투'에 대한 당국 경고는 "손실 가능성과 반대매매 위험 등을 고려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황선오 금융감독원 부위원장의 멘트 정도였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19일 곧 출시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자본시장 교란행위에 대해 높은 수준의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발언했지만 개미들의 빚투 과열 자체를 언급하진 않았다.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금융당국이 저자세를 유지한다는 평도 있다.
코스피 8천 시대를 여는 것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주식 시장의 건전성이다. 광기에 가까워지는 '포모'와 '빚투'의 열기 속에서 안전벨트를 조여야 할 시기다. 투자의 이득과 손실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지만, 천재 과학자도 피하지 못한 '포모의 늪'에 서민들이 빠지지 않도록, 사전 경고하고 적극 관리하는 것은 당국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