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투자자문 대표 라덕연씨. 황진환 기자2023년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호안투자자문 대표 라덕연씨가 항소심 판단을 다시 받는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2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씨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456억원, 추징금 1816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SG증권발 폭락사태'는 2023년 4월 24일 SG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다우데이타·삼천리·서울가스 등 8개 종목 주가가 폭락한 사건이다.
라씨 등은 2019년 5월~2023년 4월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 방식으로 8개 상장사 주가를 띄워 7377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적발된 주가조작 규모로는 사상 최대로 나타났다.
이들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를 일임받아 수수료 명목으로 약 1944억원을 챙긴 혐의, 같은 액수의 수수료를 차명계좌 등에 은닉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지난해 2월 라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원, 추징금 1945억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2심은 라씨의 형량을 징역 8년으로 대폭 감형했고, 추징액도 1816억원으로 줄었다. 2심은 1심이 시세조종으로 인정한 부분의 3분의 1정도만 유죄로 봤다.
2심은 시세조종 혐의 계좌 중 다수는 실제 라씨 조직에 위임된 계좌인지 입증되지 않았고,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은 시세조종 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상 금지되는 시세조종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 매매에 한정되는데, CFD는 '장외파생상품'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주문이어도, 이 주문이 상장증권·장내파생상품에 대한 통정매매로 이어졌다면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이 상당한 비율로 실제 상장증권 매매 주문으로 이어질 수 있단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며 "문제의 종목들에 대한 통정매매를 위해 CFD 계약을 맺은 증권사 등에 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라씨는 2심 판단을 다시 받게 됐다. 2심에서 나란히 감형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라씨의 측근 변모씨, 안모씨 등도 2심 판단을 다시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