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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씻을 때 때렸다' 표현에도…경찰은 왜 '증거없음' 종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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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씻을 때 때렸다' 표현에도…경찰은 왜 '증거없음' 종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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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의 한 거주시설에 머물던 중증 피해 장애인 좌측 늑골 환부. 피해자 가족 제공세종의 한 거주시설에 머물던 중증 피해 장애인 좌측 늑골 환부. 피해자 가족 제공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 의혹 사건을 두고 경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한 가운데, 당시 장애인 조사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시설 자체 조사 과정에서는 같은 생활실 입소자가 피해 상황을 암시하는 듯한 행동과 특정 직원을 반복 지목한 정황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이 장애인 진술과 표현을 지나치게 배제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씻을 때 때렸다'는 듯한 표현…권익옹호기관 '신체적 학대' 판단

    21일 대전CBS가 확보한 지난해 2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수사 의뢰서에 따르면, 피해자 A씨와 같은 생활실을 사용한 B씨는 사건 발생 직후 이뤄진 시설 자체 조사에서 몸짓으로 학대 정황을 표현하고, 특정 직원을 반복적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1월 13일 오후 시설 사무국장이 A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생활실에 들어가자 B씨는 A씨의 허리 부위를 가리키며 상처를 보여줬다.

    이후 오른손으로 샤워기를 표현하고 가슴을 쓸면서 '씻을 때'라는 손짓을 보였으며, A씨를 가리키며 누군가가 때리는 시늉을 했다는 내용이 수사의뢰서에 담겼다.

    시설 사무국장은 권익옹호기관에 "B씨는 평소 일상생활 인지가 가능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사무국장이 시설 직원 사진을 보여주며 행위 의심자를 지목해달라고 요청하자, B씨는 처음에는 다른 직원을 지목했다가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동일 인물을 지목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관은 이같은 정황과 A씨의 상처 상태 등을 종합해 '신체적 학대'로 판단했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진술 번복돼 신빙성 부족"…결국 '증거 불충분' 종결

    수사 의뢰서에 담긴 장애 피해자 A씨의 환부 사진. 피해자 A씨 가족 제공수사 의뢰서에 담긴 장애 피해자 A씨의 환부 사진. 피해자 A씨 가족 제공
    하지만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CBS가 입수한 지난해 10월 2일 세종경찰청 수사심의 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경찰은 같은 생활실 입소자의 진술과 행동 표현에 대해 "지목이 번복됐다"며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심의 결과에서 "같은 생활실 대상자가 주먹과 발을 휘두르는 표현, 화장실로 끌고 갔다는 표현을 했지만 직원 사진을 보여주자 3차례 모두 다른 사람을 지목했다"며 "신빙성이 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입소자들 가운데 일부는 "폭행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고, 일부 입소자들이 "피해자가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것을 봤다"고 진술해 명확한 진술과 증거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관련 시간대 근무자 등 5명 역시 모두 폭행 사실을 부인했으며, 경찰은 "입소자들 중 폭력성이 있던 입소자도 있고 장난을 심하게 치는 입소자가 있어 다툼이나 넘어지면서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경찰은 "폭행 등을 입증할 증거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입건 전 조사 종결 처리했다.

    전문가 "반복 질문·사진 지목 방식, 발달장애인 조사에서 지양해야"

    이화여대 이지선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CBS와의 통화에서 "발달장애인은 질문하는 사람의 기대나 반복 질문에 따라 답을 바꾸기 쉬운 성향이 있다"며 "발달장애인에게 유도 질문을 하거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이 맞느냐'고 묻는 방법은 지양해야 하는 수사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인간발달연구소 등에서는 장애인 조사 시 개방형 프로토콜을 사용한다"며 "오늘 무엇을 했는지 편안한 대화로 시작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뢰관계인, 진술 조력인, 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도 참여하지 않은 장애인 조사 과정에서 입소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 '부정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전CBS 취재 결과 당시 경찰은 피해자 뿐만 아니라 목격자 조사 과정에서도 신뢰관계인이나 진술조력인을 동석시키지 않았고, 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는 지난해 1월 40대 지적장애인 피해자가 갈비뼈 6개 골절과 척추 압박골절, 혈흉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피해자 가족과 장애인단체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세종경찰청 강력마약수사대는 현재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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