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대에 올라서고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연 4%를 넘어서는 가운데 중동전쟁 여파로 물가도 치솟고 있다.
물가와 금리, 환율이 동시에 높아지는 '3고' 현상이 금융시장을 흔들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쟁발 물가 압력…소비자물가 3% 돌파 관측
국내 물가는 중동전쟁의 여파 등으로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를 기록했다. 지난 2024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외식비와 보험료 등 서비스 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이 소비자물가에 본격 반영되면서 5월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7%로 상향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경기보다 물가 대응이 더 중요하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 완화 전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국고채 금리 급등…금융시장 불안 가중
국고채 금리도 급등해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인플레이션 충격이 커지면서 주요국의 채권금리는 급등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연 4.6%대로 올라섰고, 30년물 금리는 연5%대를 넘어서 지난 2007년 7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한국의 국고채 금리는 다른 나라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공사채와 은행채도 4%대를 넘어서는 등 채권시장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우리나라 국채금리가 더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선진국의 국채금리 상승 충격을 떠안는 구조인데다 반도체 장기 호황에 따른 경기 개선 전망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반도체 호조가 3년 이상 장기 사이클로 이어질 경우 잠재성장률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채권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금리 상승세가 대출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오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형(5년) 금리는 이달 들어 7%대를 다시 넘어섰다.글로벌 금리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물가 끌어올리는 고환율…한은 긴축 압박↑
연합뉴스1500원대를 넘어선 고환율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한때 1510원을 돌파해 1513.4원까지 치솟았다가 1,506.8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주간 거래 기준 환율이 151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4월 초 이후 약 한 달 반 만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자극해 국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뿐 아니라 외국인 자금 이탈과 금융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으로서는 통화 긴축 유지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김진일 신임 금융통화위원도 "금융이 큰 위기가 나지 않게 하려면 반클릭 정도는 다른 쪽의 희생을 조금씩 감수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5월 금리 동결·긴축 전환 '시그널' 가능성 ↑
다만 오는 28일 개최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선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동결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유 부총재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5월 말 금통위까지의 상황을 더 보고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과 점도표, 수정 경제전망 등을 통해 긴축 기조로의 전환을 드러낼 가능성도 커 보인다. 유 부총재는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5월 금통위의 점도표 표준 분포가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월 점도표에선 21개 점 가운데 1개만 인상을 가리켰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언제 처음으로 인상할지, 연내 몇 차례 인상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유 부총재가 5월 금통위에서 인상 신호가 나올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언급한 만큼 오는 7월이나 8월에 인상을 단행하고, 연내에 한 차례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5월 28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며 명확히 매파적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호르무즈 해협 상황과 국제유가 상승의 파급효과를 지켜보며 당분간 관망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5월 금통위 전에 개방된다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는 한은이 7월 금리 인상을 시작해 10월과 내년 1월, 4월에 각각 0.25%p씩 총 네 차례 인상해 최종 금리가 연 3.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영증권은 올해 하반기 2회, 내년 1분기 2회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려 최종금리가 3.25%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JP모건,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은 한은이 연내 1회 인상 이후 물가상승 경로 등을 지켜보면서 신중히 판단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