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비가 거세게 내리고 바람까지 부는 상황이었지만 남북여자축구 경기를 응원하는 열기만은 뜨거웠다.
20일 수원 FC 위민과 평양 연고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준결승전이 열린 수원종합운동장에는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관객들이 몰려들어 경기 시작 뒤에는 3천명, 많을 때는 5700여 명을 넘어섰다.
경기 시작과 함께 비닐 우비를 입고 우산을 받쳐 든 관객들의 빗속 응원이 시작됐다.
남북공동응원단은 국호 대신 '수원'과 '내 고향'을 번갈아가며 외쳤다. 응원에 쓰이는 노래 '남행열차'를 합창하기도 하고 파도타기 응원도 하며 남북의 선수들에게 기세를 몰아줬다.
'오 필승 코리아'는 있었지만 공동 응원단의 방침대로 대한민국과 조선 등의 국호를 응원 과정에서 사용하지는 않았다.
남북응원단의 왼쪽, 골대 뒤에 자리 잡은 수원 FC 위민의 응원단도 숫자는 작지만 지치지 않는 함성으로 시종 비 내리는 경기장의 열기를 돋웠다.
수원 FC 위민의 하루히가 후반전 들어 첫 골을 넣자 공동 응원단에서는 환호성이 터졌고, 이어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최금옥과 김경영이 연속으로 골을 넣을 때도 마찬가지로 환호했다.
응원단이 준비한 수건에 적힌 '우리 선수 힘내라'는 구호에서처럼 남과 북의 선수들 모두가 '우리'였다.
응원을 위해 모인 사람들은 가족 단위의 관객들, 청년층, 탈북민, 외국인 등 매우 다양했지만 오랜 세월 남북교류와 협력에 종사했던 노년층 인사들도 아주 많이 눈에 띄었다.
북녘에 고향(함경북도 회령)을 둔 탈북민 이영순씨는 "오래전에 먹고 살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 한국 국민이 됐지만 어쨌든 같은 고향이니까 마음이 울컥 한다"며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에 양쪽 다 잘 됐으면 좋겠다. 양쪽 선수들 모두 다치지 않고 경기를 잘 끝내기를 소망 한다"고 말했다.
민간단체에 소속을 둔 이나영씨는 "남북관계가 아주 경색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경기가 혹시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경기장에 나와 응원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공동 응원단이 이번에 내건 또 하나의 구호가 "승리를 넘어서"이다.
내고향축구단이 수원 FC 위민을 2대 1로 이겨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이런 승리를 넘어 남북이 8년 동안의 단절 끝에 국제 경기를 통해 다시 만났다는 의미도 있다.
물론 내고향축구선수단은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뒤 내내 굳은 표정을 지으며 소통을 차단했다.
'두 국가' 관계임을 애써 강조하려는 듯 선수단 35명이 공항에서 전원 여권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클럽 대항전임에도 경기 종료 뒤에는 북한의 국기를 펼쳐들고 환호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당초 공항에 환영 나온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은 것처럼 비바람 추위 속에서 응원을 한 관객들에게도 손 하나 흔들어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북측 선수단은 경기 전 아시아축구연맹 주최의 공식 기자회견에 나왔고, 경기 시작 전 양 팀 선수들이 가벼운 하이 파이브로 인사를 나누는 등 적어도 국제경기의 관례와 매너에는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강경하게 '적대적 두 국가'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제대회를 고리로 한 체육 분야의 교류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