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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들어 기록적인 수준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특히 열대야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저소득 노인과 장애인,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보호대책은 허술하기만 하다.
지난 1일 부산은 108년만에 가장 심한 열대야가 나타났고, 8월들어 연일 한낮 기온이 34~5도를 넘나드는 등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올여름 더위는 노약자는 물론 멀쩡한 청장년층의 건강까지 위협할 지경이다.
부산시와 일선 기초지자체는 이에 따라 냉방대책이 취약한 저소득 노인과 장애인, 노숙자와 쪽방거주자 등을 위한 보호대책에 힘을 쏟고 있다. 주민센터와 새마을금고, 은행과 복지관, 경로당 등 시내 856곳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해 한낮 무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했고, 4천여 명의 폭염도우미를 동원해 생수를 비롯한 구호품을 나눠주고 건강상태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부산역을 비롯한 노숙인 밀집지역에는 긴급대책반이 상주하거나 하루 3차례씩 순찰을 돌며 노숙인들의 건강도 챙기고 있다.
하지만 부산지역 노숙인 4백여 명 중 노숙인쉼터 등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150여 명 가량은 폭염으로 인한 질병과 사망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부산시 생활보장계담당자는 "노숙인들에 대한 폭염 보호대책을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노숙인 쉼터나 상담소 등 시설 이용을 거부하고 거리에서 생활하는 ''거리노숙인''들을 일일이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5월 현재 부산지역에 상주하는 것으로 파악된 노숙인 431명 중 155명 가량이 순수한 거리노숙인들인데, 이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밝혔다.
무더위쉼터의 경우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노인과 장애인 등은 더위를 피해 먼 쉼터까지 스스로 찾아가기 어렵습니다.
경로당의 경우 운영비 부담으로 충분한 냉방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기존 회원이 아니면 시설을 이용하기도 쉽지않다.
주민센터나 복지관 등의 공공시설도 업무시간이나 프로그램 진행중에는 쉼터로 이용하기 주저하는 분위기고, 그나마 휴일이나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야간에는 시설을 개방하지 않는다.
특히 노인층의 경우 건강상의 위험으로 한낮의 폭염보다 열대야에 대한 대책이 더 절실하지만 부산시 등의 행정력은 이곳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부산진구노인복지관이 운영하는 무더위 야간쉼터는 열대야에 지친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시원한 잠자리와 샤워시설, 식사와 건강검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야간에 운영되는 시설은 부산에서 이곳이 유일한 데다 최대 수용인원이 20명 정도에 불과해 야간쉼터 서비스의 확대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BestNocut_R]
부산진구노인복지관 관계자는 "가정방문을 통해 실태를 파악한 결과 옥탑방이나 쪽방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어르신들은 최근 열대야 때문에 밤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건강상의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 어르신들에게는 낮보다는 야간에 무더위 쉼터를 제공해드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하는 긴급 구조체계도 중요하지만 사회취약계층의 건강과 생명을 미리 지켜줄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폭염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