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제주 야생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노루의 정확한 개체수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생태조사 결과가 일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 산림연구소는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노루 6마리(숫노루와 암노루 각각 3마리씩)에 GPS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해 생태조사를 벌였다.
제주도 해발 400m 이하 난대림지역에서 서식하는 노루가 대상이다.
이번 조사에서 한라산 노루의 행동권은 넓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경으로 최소 0.6km에서 길어도 1.6km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난대산림연구소의 설명이다.
최대 4km까지 이동한다는 일부 학자의 주장과는 다른 결과다.
면적으로 치면 14ha에서 200ha까지다.
또 봄부터 가을까지 암.수 노루 모두 일정한 구역(원형이나 별모양) 안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숫노루와 암노루의 행동권을 각각 조사한 결과 암노루가 더 많이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암노루는 직경으로 1.6km까지 였고 숫노루는 1km에 불과했다.
조사에선 암노루가 출산을 위해 선호하는 숲의 구조와 먹이로 좋아하는 산림 내 식물 종(種), 뿔갈기 행동에 따른 난대림의 어린나무 고사 피해 등이 파악됐다.
지금까지는 행동권이나 겨울철 이동성 등의 생태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노루 분포도
개체수 파악에 도움될 만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면서 포획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이때문에 노루의 행동반경이 파악된 것은 개체수 추정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겨울철 폭설이나 추위로 먹이가 부족할 때 중산간지역에서 노루가 먹이를 찾아 어떻게 이동하는지는 파악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또 조사대상 노루 6마리가운데 4마리가 로드킬을 당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 산림연구소 권진오 박사는 "겨울철 생태는 계속 추적중"이라며 "이번 겨울이 지나면 관련 결과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라산 노루의 개체수는 지난해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가 조사한 결과가 가장 최근이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해발 600m 이하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라산 노루의 개체수는 17,700여 마리로 집계됐다.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해 포획할 수 있도록 한 조례안을 놓고는 여전히 논란이 거세다.
''제주도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은 지난 10월 제주도의회가 입법예고했다.
암노루
2년마다 노루 서식밀도를 조사해 이를 기초로 포획 기간과 수렵 방법 등을 정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워낙 찬반 논란이 거세지면서 올해 도의회 처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회는 내년 초 토론회를 개최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조례안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농민들은 노루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는 만큼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농작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조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하기에 앞서 노루 실태가 제대로 조사돼야 한다며 피해에 대한 보상 확대와 예방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노루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은 지난 2009년 2억 8백만 원에서 지난해에는 13억 6천만 원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