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은 언어와 문화적 차이가 부부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매맞는 결혼이주여성의 실태와 원인''을 짚어보는 제주CBS 연속기획, 21일은 두번째 순서로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을 보도한다.
다문화 가정 한가위 축제
제주지역 결혼이주여성(혼인귀화자 포함)은 올해 현재 2,158명이다.
중국이 728명으로 가장 많고 베트남 658명, 필리핀 322명, 일본 132명 순이다.
올들어 가정폭력으로 제주경찰에 신고된 사례는 모두 10건으로 2명이 입건됐다.
대부분 언어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부부갈등이 원인이다.
김정우 제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국제결혼 가정의 주된 갈등요인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20년 이상 다른 언어와 문화를 경험한 부부가 갑작스런 변화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소통이 안되니 갈등이 커지고 결국 갈등은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결혼이주여성 A씨는 3년전 언어 문제로 남편에게 심한 폭행을 당했다.
물건의 위치를 묻는 질문을 못 알아 들어 모른다고 말했을 뿐인데 남편은 대답을 회피한다고 오해한 것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이 결혼이주여성(4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정폭력의 원인을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꼽은 응답이 35%로 가장 많았다.
남편의 음주(17%)와 경제적 문제 (13%), 성격차이(10.5%) 순이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경찰의 소극적인 사건처리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B씨는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해 그냥 집안의 문제니 집에 들어가라는 경찰도 있다"고 전했다. C씨는 "결혼이주여성한테 경찰서로 갈거냐고 물으면 대부분 무서우니까 안간다고 한다"며 "결국 가정폭력 현장에 방치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담센터를 소개하거나 일정기간 격리해주는 등의 경찰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의 실태조사에서도 ''벌금이 나올 수 있으니 참아라'' 등의 말을 하며 소극적으로 사건을 처리한다는 응답이 42%나 됐다.
시내권보다 농어촌 다문화가정의 가정폭력(시내권 12%, 읍면 21%)이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농촌 거주 이주여성들은 사후처리과정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김정우 제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농촌에는 경찰서나 상담센터가 없다보니까 가정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어떻게 대처할줄을 모른다"며 "그냥 참고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울고 있지만 가정폭력에 따른 대처와 제도적 뒷받침은 부족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