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전경찰대교수
-지금까지의 수사진척, 경찰이 아닌 언론과 내부고발에 의한 것 아닌가?-잘 모르는 일에 수사지시를 했다는 김용판 설명 납득 안 가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5월 24일 (금)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경찰대 표창원 전 교수
◇ 정관용>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 경찰 수뇌부가 축소수사 하도록 지시했다,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또 이런 폭로를 해서 지금 검찰이 그 과정을 수사하고 있고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소환해서 조사를 했죠. 그런데 그 조사과정에서 축소수사 지시를 내린 사실이 있다라고 시인했다고 오늘 지금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 발생 초기에 경찰 수사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경찰대학을 사직했던 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표창원> 안녕하세요.
◇ 정관용> 오래간만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 표창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강의하고 글 쓰고요.
◇ 정관용> 어떤 강의요?
◆ 표창원> 한국사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매달 전국 순회 무료강연을 하고 있고요. 기타 다양한 폭력예방, 범죄예방에 관련한 강의들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경찰대 강의가 아닌 시민 대상 강의를 주로 하시는 거군요.
◆ 표창원>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이게 지금 검찰들 소식통을 통해서 알려진 사실이거든요. 김용판 전 청장이 축소수사 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김용판 전 청장의 논리를 보면 자기는 사이버 수사 이런 과정을 정확히 몰랐다. 그런데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신속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신속히 수사하려면 그 키워드 70 몇 개는 너무 많으니까 한 4개만 하라고 했다. 이런 얘기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표창원> 일단은 그러한 지시를 한 것을 시인한 것은 상당히 진척이라고 보고요. 어쨌든 사실관계는 인정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고. 그다음에 그 의도가 무엇이냐에 대한 문제가 남게 되는 것이겠죠.
◇ 정관용> 그렇죠.
◆ 표창원> 그 의도를 선의였다라고 주장을 하는데 문제는 자신이 잘 모르는 일을 강하게 지시를 했다라는 것, 그건 사실 경찰수사 과정에서도 납득이 안 되는 문제지만 일반적인 관행이나 상식으로도 납득이 안 되죠.
◇ 정관용> 하긴 자기가 잘 모르는데 의견을 내서 지시한다는 건 좀 그러네요.
◆ 표창원> 그렇죠. 어쨌든 그 내용 자체가 대단히 중차대한 대통령선거에 과연 국정원이라는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 불법적으로 여론조작의 방법으로 개입했느냐라는 중요한 사안인데. 그 수사과정에 대한 기술적인 면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자기가 가진 계급적인 권한만을 가지고 수사 실무진을 압박하고 지시해서 축소하게 했다, 이건 대단히 중요한 직권남용 범죄라고 봐야죠.
◇ 정관용> 검찰도 지금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계획인 것 같아요 그렇죠?
◆ 표창원> 아마도 그렇게 지금 수사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정관용>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확인된 거니까 진척이다, 그런데 그 의도가 무엇이었느냐, 지금 본인은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표 전 교수가 보시기에 의도가 뭐였다고 생각하세요?
◆ 표창원> 일단 그 당시의 상황을 우리가 좀 기억을 되살려 보면요. 12월 11일날 오피스텔 앞에서 대치가 이루어지고 국정원 직원임이 확인됐고요. 그런데 경찰과 선관위의 문 개방요구에 응하지 않고 40시간이 흘렀고 그 이후에 컴퓨터를 제출받아서 하드디스크에 대한 분석을 하던 상황이었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표창원> 그 당시에 경찰은 그 13일날 컴퓨터 2대를 받으면서 이건 기술적 어려움이 있어서 1주일 이상 걸린다. 즉, 대통령선거 이전까지는 결과가 안 나온다라고 못 박고서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3일도 안 돼서 13일날 받은 다음에 16일날 대통령 후보 양자 토론이 있는 그날 밤 11시에 갑자기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했거든요. 그런데 그 발표내용이 지금 수사결과랑 비교해 보면 거짓말이었던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표창원> 하드디스크 분석결과 댓글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한 발표는 언론지상에 그다음 날 1면에 보도됐고 그 당일 날에는 텔레비전 화면에 자막으로 다 보도가 됐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대단히 유리하게 작용을 했죠. 그런 정황들을 비교해 본다면 과연 그 순수하게 빨리 내놓겠다는 의도만 했었겠느냐. 그것도 검찰 최고의 간부가 그 정도로 순수, 순진무구했겠느냐, 그렇게 볼 수는 없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러면 김용판 전 청장 혼자서 그런 판단을 했다고 보세요. 아니면 그 배후가 있을 거라고 추정하세요.
◆ 표창원> 두 가지 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고요. 김용판 전 청장이 예를 들어 본인의 출신이나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서 과잉충성을 하겠다는 의도. 자신은 이만큼 공을 세우니까 나중에 그에 대한 대가를 좀 달라. 이런 의도에서 행한 과잉충성의 가능성도 분명히 있고요. 그다음에 다른 부분, 그 당시에 새누리당의 선거대책본부 책임자였죠. 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이 당일날 오후에 지금쯤이면 경찰에서 결과를 내놓아야 될 거 아닌가,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했고요. 그리고 그날 오후 늦게 여러 종편 텔레비전 방송에서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경찰수사 결과가 조금 이야기가 나오는데 댓글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미리 하는 정황들이 확인된 거죠.
◇ 정관용> 그게 다 16일에 있었던 일입니까?
◆ 표창원> 16일날 있었던 일이죠. 그런 것들을 좀 종합해 보면 정황상으로는 과연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그토록 무모하고 그토록 사실 합리에 맞지 않는 과잉충성행동을 했겠느냐. 이런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죠.
◇ 정관용> 검찰이 그런, 예를 들어서 새누리당의 의원들과 어떤 커넥션이나 의견 교환 같은 것들이 있었다, 없었다, 이런 걸 밝혀낼 수 있을까요?
◆ 표창원> 일단 검찰은 현재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통화내역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날 누구와 얼마만큼의 통화가 있었는지가 확인된다면 어느 정도 정황은 나올 수 있겠죠.
◇ 정관용> 그런데 아마 김용판 전 청장은 경찰 내부의 문서라든가 보고체계, 지휘체계, 이런 것 때문에 물증이 좀 나온 것 같아요. 수서경찰서에 축소수사 지시한 그 물증 말이죠. 때문에 그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예컨대 새누리당 의원들하고 통화했다손 치더라도 그런 사전 협의했다는 걸 인정할까요?
◆ 표창원> 인정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은 대단히 크죠. 인정할수록 본인의 책임도 커지고 또 본인이 충성을 하는 대상일 수도 있고. 충성하고 싶은 대상에 어떤 문제에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까요. 검찰이 어느 정도의 수사의지를 가지고 객관적인 정보를 확보해서 그것을 수사과정에서든 법정에서든 밝혀내느냐. 여기에 달려 있다고 봐야죠.
◇ 정관용> 이게 지금 사건 맨 첫 단계에서부터 오피스텔 문에서 대치하고 있을 때부터 수사가 잘못됐다, 우리 표창원 교수는 그렇게 주장하고 계시죠?
◆ 표창원> 네, 그래왔죠, 계속.
◇ 정관용> 맨 처음부터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어야 된다, 그렇게 하셨던 거고. 게다가 또 조속히 발표한 거, 선거 막바지에 발표한 것 말이죠. 그다음에 경찰이 최종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정치개입법, 저...
◆ 표창원> 공직선거법.
◇ 정관용>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정치개입 한 건 맞다. 그러나 선거개입은 아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표창원> 그 부분도 저는 공개적으로 비판을 했고요. 정치개입이 확인됐는데 그 정치개입이 대통령선거 기간이었고, 그렇다라면 그것은 일단은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개입뿐만 아니라 선거개입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이외에도 구체적인 증거자료들을 보면 당시에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판글들도 있었고 그리고 이정희 후보에 대한 비판글들도 있었고요. 반대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 어떤 칭찬 이런 것들과 아울러 찬성, 반대를 했는지들도 집중적으로 선거와 관련성 있는 내용들이 많이 집중돼 있었거든요. 그런 것들을 종합해 본다면 굳이 경찰이 두 개를 나누어서 정치개입은 있었지만 즉, 국정원법 위반이 있지만 선거개입,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검찰에 일단 송치하는 데 있어서 공직선거법을 적용해도 나중에 법정에서 무죄판결이 나도 경찰이 그 법을 적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거든요. 그러한 무리한 수사결과 발표에도 여전히 정치적 의도가 남아 있었고, 그 당시에도 여전히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나 그 외에 또 추가적인 관련자가 있다면 그들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보고 있는 거죠.
◇ 정관용> 지금 이런 사실들이 야당의 공격에 의해서 내지는 공세와 폭로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찰 내부에서의 일종의 양심선언 같은 발표, 그다음 경찰의 수사, 이걸 통해서 다 밝혀지고 있는 거거든요.
◆ 표창원> 그렇죠.
◇ 정관용> 이러다 보니까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정말 땅에 떨어지고 있어요. 이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찰 쪽에 몸담았던 분으로서.
◆ 표창원> 대단히 마음이 안타깝죠. 저도 개인적으로 초기에 문제제기를 했을 때 경찰 내부에 있는 분들로부터 많은 배신자라는 소리. 지탄, 비판도 받아왔고요.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모르셨던 분들께서 제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얘기했다, 이러신 분들도 계셨죠. 그런데 지금 결국 경찰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고 내놓은 그런 것이 아니라 언론과 검찰의 보도와 수사를 통해서 내부문제가 드러나고. 그리고 특히 권은희 수사과장 등의 양심 있는 발언들이 결국은 도화선이 되고 했는데요. 이런 부분들이 경찰에는 대단히 커다란 치욕이고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활용했으면 하는 그런 마음입니다.
◇ 정관용> 거듭나야 되겠죠.
◆ 표창원> 그렇습니다.
◇ 정관용>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말씀 잘 들었습니다.
◆ 표창원> 고맙습니다.
◇ 정관용> 표창원 전 경찰대학 교수의 목소리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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