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 성취를 위해 평범한 가정생활을 등한시 한 부인과 이를 배려하지 못한 남편에게 이혼에 대한 동등한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부(배인구 부장판사)는 남편 A씨가 부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한다. 자녀의 친권자는 공동으로, 양육자는 B씨로 지정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B씨는 식구가 함께 지내길 바랐던 남편 A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년동안의 미국 장기해외 연수를 강행했다.
딸까지 미국으로 건너가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된 A씨는 원룸에서 가족없이 혼자 생활하다 신종플루에 걸리기도 했다.
방학 때 한국에 온 B씨가 간호사가 다정한 말투로 A씨에게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고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면서 사이는 급격하게 나빠졌다.
결국 B씨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두 사람은 서로 연락하지 않은 채 별거했다.
결혼 이후 A씨와 B씨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교수가 됐지만 별거 생활은 4년 넘게 이어졌다.
결국 A씨는 "B씨가 유학으로 동거의무를 저버려 고독한 생활을 했다"며 이혼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책임에 관해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남편의 반대에도 부인이 유학을 강행해 별거 생활이 길어지면서 갈등이 심해졌다. 문자메시지 사건으로 갈등이 폭발하면서 혼인관계가 파탄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부인은 가족이 함께 살고 싶어하는 남편의 간절한 바람을 이해하기보다 자신의 직업적 성취에 비중을 두고 자신의 생활 방식만을 고집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남편에 대해서도 "부인이 한국에 돌아와 이제 가족이 같이 살면서 갈등을 해결하고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기회가 왔다. 더 이상의 노력을 거부한 남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