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서비스산업 정책 추진방향 및 1단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서비스업은 국내 고용의 70%를 담당하면서도 생산성이 낮아 고질적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 4일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고용과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대책 가운데는 서비스 산업 활성화와 큰 관련이 없거나 오히려 시장질서만 교란시킬 수 있는 대책 등이 포함돼 있어, 업계에서는 ‘탁상행정의 극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서비스산업 현장애로 해소 방안으로 제시된 ‘도시공원 내 바비큐시설 확대’방안은 오히려 비판적인 여론만 불러일으켰다. “가족단위 레저문화 기반 구축을 위한 것”이라는 정부 해명은 옹색했다.
◈ 바비큐 연기와 쓰레기는 어쩌고...평소에 자녀와 공원 산책을 즐긴다는 이승재(34)씨는 "공원을 찾는 이유가 쾌적한 공기 때문이기도 한데, 고기굽는 연기가 퍼지면 공원을 찾는 의미가 없어지지 않겠느냐“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일부 시민들은 고기를 굽고 남은 기름이나 쓰레기 처리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바비큐 시설을 허용하되 음주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도마에 올랐다. 상당수 누리꾼들은 음주방지 대책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소상공인에게 IT 솔루션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은 IT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들이 예약과 매출, 재고관리 등을 수기(手記)로 하고 있어 생산성이 낮다”며, 매출과 재고관리 등이 가능한 IT 솔루션을 개발해 저렴한 가격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마디로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미 소매업계 솔루션 보급은 월 1만원에서 5만원 대로 대중화가 됐다는게 이들의 견해다.
모 솔루션 업체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A씨는 “솔루션을 쓰지 않는 업소는 혼자 가게를 운영해서 컴퓨터에 입력할 시간조차 없는 경우가 아니면, 컴퓨터 사용이 미숙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정부 영업 잘하는 업체만 살 것"... 솔루션 시장교란 우려솔루션을 쓰지 않는 업소가 정부 지원으로 이를 설치하더라도 실제로 쓰지 않는 경우가 태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결국 정부와 계약을 맺고 솔루션을 공급한 업체만 돈을 벌게 되고, 기존에 틈새시장을 개척해 온 업체들은 거꾸로 시장을 잃게 될 우려도 있다.
A 이사는 “제대로 된 솔루션을 갖고 있는 업체보다 정부쪽 관계나 그런 걸 잘하는 업체들이 시장을 가져가 버리면 기존 시장질서만 교란 된다”며 “탁상행정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이번 1단계 대책에서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종인 의료와 법률, 방송, 광고 등의 분야는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는 이유로 아예 대책에서 제외됐다.
이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비스산업에는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며, “사회적 합의를 충분하게 형성하면서 시범사업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사나 변호사 등 목소리가 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은 고려하면서, 정작 시민이나 IT 솔루션 업계의 의견은 반영한 흔적조차 없는 정부의 서비스 산업 대책에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