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은 2013년 8월 23일 판문점에서 남북적십자실무회담을 가지고 이산가족상봉에 합의하였다. 통일부 제공 김수희기자
남북이 오는 25~30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남측 상봉단이 묶을 숙소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숙소에 대한 이견이 길어질 경우 행사에 차질이 빚어질 거라는 우려도 있지만, 북한의 주장이 금강산 관광 회담을 위한 압박 전술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5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예약이 다 찼다는 이유로 우리 측이 요구한 외금강호텔과 금강산호텔을 사용할 수 없다고 전날 통지해왔다. 대신 선체가 낡아 안전이 우려되는 해금강선상호텔과 과거 현대아산 직원들이 머물렀던 현대생활관을 사용하라고 했다. 이에 정부는 안전성과 수용규모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당초 우리 측 요구대로 외금강호텔과 금강산호텔에서 투숙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실제로 외금강호텔과 금강산호텔은 각각 170여실과 200여실 규모인 데 반해 해금강선상호텔과 현대생활관은 각각 159실과 90여실에 불과하다. 해금강 선상호텔은 2007년 10월 16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 이용되긴 했지만, 다음 해 박왕자씨 피격사건 이후 시설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생활관은 관련행사에 사용된 적이 없다.
북한의 주장이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다음 달 2일로 늦추자고 제안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북한은 앞서 최대 관심이 금강산 관광 재개인 만큼, 우리 정부가 관심 있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 관광 이슈를 묶어 풀려고 했었다. 이에 우리 정부가 분리 대응을 고집하자, 북한이 이제 이산가족 행사 숙소를 소재삼아 금강산 관광 회담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에 들어가는 돈이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보수진영에서는 관광재개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청와대 역시 개성공단과는 달리 금강산 관광 구조가 남북의 '정상적' 주고받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남북 관계 설정의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강산 관광 회담 전에, 북한 입장에서는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