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 김 모(22)씨는 2000여 만 원의 빚이 있다. 바로 학자금 대출 빚이다. 그런 김 씨는 학비는 메우지 못하더라도 생활비라도 벌어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아르바이를 하고 있다.
김 씨는 대학 4년 동안 책 대여점, PC방, 편의점, 세차장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오랜 기간 아르바이트에 잔뼈가 굵은 만큼 부당한 처우에도 이제는 익숙해진 상태다.
PC방 아르바이트를 할 당시 2011년, 최저임금인 4320원을 주겠다는 공고를 보고 갔는데, 막상 채용 된 뒤에는 뜬금없이 ‘수습기간이다’라는 이유로 시간당 4100원을 받으며 4개월 동안 일을 했다.
책 대여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협의 후 조정가능’ 이라고 해서 찾아갔다. 하지만 점주가 김 씨에게 제안한 시급은 3000원.
책 대여점 주인은 “네가 읽고 싶은 만화와 책들을 실컷 볼 수 있게 하는 대신 급여는 적게 주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르바이트 공고에 ‘협의 후 결정’ 이라고 쓰여진 곳을 가면 실제로 협의하지 않는다. 그냥 최저임금보다 적게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아르바이트 대부분 협의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거의 다 돈이 급해서 가는 것이고 주변에 사정이 다 비슷하니까 그냥 주는 대로 ‘네, 알겠습니다’ 하고 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 3학년인 이 모(21)씨는 지난 여름방학 ‘시급 7000원’이라는 유명 패스트푸드 음식점의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찾아갔다.
하지만 막상 면접을 보러 가니, 점장이 제시한 시급은 최저임금인 4860원. 공고와 다른 이유를 물으니 돌아온 대답은 ‘7000원은 오토바이 배달원에게만 적용되는 시급’ 이라는 것이었다.
이 씨는 “아르바이트 입장에서 ‘왜 7000원 안주느냐’고 따져 물을 수도 없다”며 “실제로 오토바이 배달원도 공고와 달리 5500원을 받고 있었다”며 “그래도 할 사람은 줄을 섰으니까 ‘이거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하게 된다”말했다.
◈합법성을 가장한 '협의 후 결정'의 함정
‘협의 후 결정’이라는 건 시급을 최저임금이나 일의 강도보다 적게 줄 경우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용하는 일종의 꼼수에 해당된다.
실제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이 2013년 상반기 서울지역 아르바이트 채용 구인광고 58만 여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임금 결정에서 ‘협의 후 결정’의 비율이 46%로 가장 높았다.
올해 최저임금인 4860원에서 5210(2014년 최저임금)원 미만 구간의 급여결정은 24%로 그 뒤를 이었으며 5210~5909원 14%, 5910원 이상은 16%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