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새정부 들어 소비자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세값 고공행진과 공공요금 인상, 억눌린 식음료가격 인상요인 등이 한꺼번에 겹쳐 연말 물가상승압박이 커지고 있다.
박모(45세·서울시 양천구 목동)씨는 지난달 전세 만기를 앞두고 전셋집을 찾아 나섰지만 20평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두 세달 사이 5~7천만원이나 치솟아 고민에 빠졌다.
싼 집을 찾아 목동을 벗어나자니 아이의 고등학교 입학이 걱정이고 그대로 머물자니 전세가격 부담이 너무 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올해 5월 이후 전세값이 급등하면서 박씨 같은 고민에 빠진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다. 본격 이사철이 되면 전세난이 수그러들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사정은 정반대였다.
부동산 114 함영진 팀장은 4일 "전세물량 부족현상이 해소되지 않아 연말까지는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셋값 주간변동율을 보면 2013년 초 0.1%안팎에 머물러 있던 것이 최근 0.12%~0.37%까지 치솟았다.
수도권 시민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크다. 전세변동율은 2012년 12월 28일 대비 2013년 10월 4일 기준 전세값 변동율은 서울 7.53%, 경기 9.38%, 인천 10.04%로 전국 평균 7.01%보다 크게 높다
정부가 물가 잡도리를 한다고는 하지만 연말로 접어들면서 공공요금과 식음료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12일 오전 4시부터 2천400원에서 3천원으로 인상된다. 시계외(市界外) 요금도 4년 4개월만에 부활된다. 거리요금도 현행 144m당 100원에서 142m당 100원으로 오른다. 대형·모범택시는 기본요금이 5천원으로 오른다.
시계외요금제 부활로 분당과 일산 등 서울 위성도시 거주민들의 교통비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산업통산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산업용 전기사용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가계지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우유제조업체들이 흰우유와 가공유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데 이어 제과업계와 다른 식음료 제조업체들도 가격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4일 마가렛트와 가나초콜릿, 몽쉘 등 9개 인기과자제품의 출고가격을 평균 9.2%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롯데제과는 과자의 주원료인 카카오버터와 전락액의 가격이 35~62%올라 원가상승 압박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롯데제과의 가격인상은 가격인상 도미노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올해 초 SPC그룹과 CJ 등 몇몇 식음료 제조업체들이 가격인상을 시도하거나 내렸지만 이는 자발적인 의사결정이라기 보다 정부의 압박이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부당한 소비재 가격인상은 엄단하겠다고 밝힌 이후 식음료 업계는 정부 허락없는 가격인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부당편승인상'이란 용어를 썼지만 업계는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뜻을 받아 들이는 형편이다.{RELNEWS:right}
식품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5일 "제품의 가격을 올리려는 업체들은 사전에 정부 관계부처와 협의해 양해를 구해야 한다"며 "가격을 올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다들 (정부)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 불안정에다 잇따르는 공공요금 인상, 소비재 가격 인상도 줄을 잇고 있어 연말 서민 물가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