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핵연료 공장 증설과 관련해 대전시와 유성구, 한전원자력연료㈜ 측이 강조해온 말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절차'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3. 10. 21 대전 핵연료 공장 증설, 주민 간 갈등으로, 10. 22 어디서 많이 들어본(?) 핵시설 안전대책들)◈ '핵' 없는 핵연료 공장 환경영향평가지난 7월 대전 유성구의 한 주민센터에서는 핵연료 공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초안) 주민 공청회가 열렸다.
관련법에 따라 이뤄지는 절차로, 환경영향평가 심의 결과 문제가 없으면 관할 자치단체의 사업 승인이 떨어진다.
문제는 이 환경영향평가에 정작 '핵 관련' 내용은 없다는 것. 핵연료 공장이지만 일반 건축물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공사 시 수질과 대기질, 소음 등의 내용만 나올 뿐 정작 주민들이 궁금해 하는 핵 관련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문제가 불거지자 대전시는 한전원자력연료 측에 별도의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가 요구한 평가 역시 다른 지역에서 '부적합' 평가로 지적된 적이 있는 것으로,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4월 경주지역 환경단체들은 "IAEA가 월성 1호기의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방법이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며 "기체 방사성 물질의 대기확산과 주민 피폭량을 계산하면서 주변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절차상 거치도록 돼 있는 주민 의견수렴 과정 역시 문제로 떠올랐다.
한전원자력연료 측은 7월 주민 공청회 이전에도 주민설명회를 3차례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상당수의 주민들은 설명회가 열리는 것조차 몰랐다는 반응이다.
주민자치위원회 등 '아는 사람만 아는' 설명회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 실제 핵연료 공장 증설에 반대했던 주변 4개 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이후 보상 합의 조건으로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밀실 합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말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에는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오류투성이라는 지적이다.
◈ '규정'이 없다…문제가 없다?
대전지역 핵시설 사고에 대한 지원과 피해 보상은 규정에 없다.
현행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은 말 그대로 발전시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연구용 원자로'가 있는 대전의 경우 자체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된다. 올해 대전의 방재예산은 5,000만 원, 방사능 방재 담당인력은 1명에 불과하다.
지난 2006년 방폐장을 유치한 경북 경주시는 특별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3,000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대전지역 방사성 폐기물 양은 전국 2위. 하지만 역시 규정은 없다.
30년 이상 폐기물을 보관하고 있지만 '임시보관 시설'이라는 것이 이유다.
'규정이 없다'는 종종 '안전하다'로 잘못 해석되기도 한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연구용이다 또는 영구적 저장장소가 아니라는 점이 '회피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연구용이라도 방사능 유출의 위험이 있기는 마찬가지인 만큼 산업용에 준하는 지원과 위험 대피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