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미국민이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도 전혀 경기회복세를 느끼지 못하는 등 미국에서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특히 이러한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미국 내 전반적인 경기회복세를 둔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경기침체기의 여파로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경기회복이 가속화하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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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따르면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를 가진 계층은 비록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임금이 오르고 일자리의 안정성도 금융위기 이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이에 따라 대출을 갚고, 강한 반등세를 보이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고급 승용차와 전자기기에 대한 소비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어리고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은 거의 경기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채용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었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는 저임금에다 비정규직이 고작이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노동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임금인상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RBC 캐피털마켓의 월별 소비자 신뢰조사결과, 최근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기간을 제외하면 소득 5만 달러(약 5천300만원) 이상의 가계는 1년6개월 전에 비해 확실히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저소득층의 신뢰도는 정체를 면치 못하는 등 계층 간 신뢰지수의 격차가 거의 사상 최대수준으로 벌어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RBC캐피털의 팀 포셀리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현상은 미국 경제가 이른바 양극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고교 이하 졸업자는 아직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이 같은 양국화가 단순히 저소득층에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많은 미국민이 생활필수품 이외에 소비를 자제하면서 전반적인 경기회복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지난 9월 소비지출은 0.1%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모건스탠리는 올해 연말 쇼핑시즌 소비경기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 이 현상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에 대해 아직 정확한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진보성향의 미국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이코노미스트 하이디 시어홀츠는 이 문제에 대한 최적의 개선책은 경기회복세가 더욱 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값 기준으로 미국 가계소득이 지난해 이후 정체상태이고 고용도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 아직 150만명이 부족한 상태인 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민 대부분이 아직 경기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국내총생산(GDP)도 3분기부터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는 있지만 이 마저도 기업들의 재고생산 때문으로 분석돼 4분기에는 다시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일자리와 GDP와 같은 주요 지표들이 이같은 양극화 현상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자리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장기실업은 전혀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은 3.8%이지만 고교 졸업 이하의 실업률은 10.9%에 달했다.
또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15%를 넘어서고 있는데 비해 25세 이상 성인의 실업률은 6.1%이다.
그나마 일자리도 저임금이거나 파트타임이 많아 미국인 가운데 800만명이 현재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비정규직이며, 이는 1년 전 상황에서 전혀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른 부산물이라기보다는 장기 트렌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폴 오스터맨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들어 저숙련 노동자들은 경기가 좋을 때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중앙값 기준 임금은 지난 30년간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