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가 홍경식 민정수석비서관과 연제욱 국방비서관, 김동극 인사위원회 선임행정관의 불출석 문제를 놓고 개회 30분 만에 파행됐다.
국회 운영위원회(위원장 최경환)는 14일 오전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실에 대한 국감을 실시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홍 수석비서관 등의 불출석에 강력히 항의하자 결국 정회를 선언했다.
야당 의원들은 홍 수석비서관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과 관련해, 연 비서관은 국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사건의 중추적 인물이라고 보고 이번 국감을 별러왔다.
민주당 박민수 의원은 "지난 10월 결산심사에서 (최경환) 위원장이 '민정수석이 국감에 출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며 홍 수석비서관 출석에 대한 최 위원장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또 민주당 김현 의원은 "불출석 사유를 보면 '대통령 비서실장이 부재 중인 상황이므로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나와있다"며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회피하고 있다.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 출석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역대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이 국감 기간에 청와대를 지키는 점을 양해해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지난 25년 동안 민정수석이 두 차례 출석한 일이 있지만 그외는 불출석 양해 관행이 있다"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의 이런 발언은 곧바로 야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고, 급기야는 '관행'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 간 기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으로 국감장에 나왔던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민정수석이 이미 출석한 사례가 있는데 관례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수사 외압이나 검찰총장 선임과정 문제는 법무부나 검찰총장 후보자에겐 물어볼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은 "지난 25년 동안 민정수석이 나온 경우는 딱 두 번뿐"이라며 "지금 청와대 모든 업무를 다루고 있는 비서실장이 나와있다"고 맞받았고, 같은 당 신동우 의원도 "관례의 가치를 너무 폄하한다. 민정수석 불출석은 나름 인정해온 아름다운 관례"라고 가세했다.
연제욱 국방비서관 불출석 문제를 놓고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과 민주당 진성준 의원 간 불꽃 튀는 공방이 벌어졌다.
윤 의원은 "연 비서관 임기가 2012년 11월에 끝났다. 만약 댓글활동을 보상했다면 그 다음에 하지 여야 후보가 다투는 상황에서 왜 미리 그 사람을 발탁했겠느냐"며 "지금은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연 비서관을 엄호했다.
그러자 진 의원은 "윤 의원이 연 비서관을 직접 만나 해명을 들은 것도 아니고 언론에 나온 것을 보고 옮긴 것이 아니냐"며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면 국감장에 출석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운영위 여야 간사들이 협의한 결과 김동극 행정관은 이날 국감에 출석하기로 했으며, 홍 수석비서관에 대해서는 운영위원장이 출석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기로 했다.
여야는 그러나 연 비서관의 출석과 관련해선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회의를 속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