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 보낸 '유화 공세'가 핵협상 타결의 주요 원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개혁파인 무함마드 하타미 대통령 시절 이란의 핵협상 수석대표를 지낸 로하니는 서방의 제재가 이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대통령 선거 유세 때부터 그는 "핵연료봉 가동도 중요하지만, 경제가 잘 돌아갈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서방 제재 해제를 위한 유연한 자세를 주문했다.
당선 직후 중도 온건 노선을 표방한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해법'을 제시하며 투명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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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란의 로하니 새 정권은 국제사회와 건설적 교류와 적극 외교로 긴장 완화와 함께 고립 탈피와 핵 문제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됐다.
국제무대에서 로하니의 유화 공세는 더 적극적이었다.
그 무대는 유엔 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이었다.
로하니는 지난 9월 유엔 총회 참석 차 뉴욕을 방문한 뒤 귀국하기 직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15분가량 역사적인 전화 통화를 했다.
당시 이란과 미국 양국 정상 간 접촉은 36년 만에, 또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는 또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핵 협상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서방의 대이란 경제 제재도 완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총회 연설 다음 날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핵 협상 시한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제시하고 빠른 협상 진행에 대한 의지까지 피력했다.
온라인에서도 로하니의 유화 기조가 엿보였다.
로하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대력 신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지난 9월4일 로하니의 영어 트위터 계정에 "모든 유대인, 특히 이란의 유대인들에게 성스러운 '로쉬 하샤나'(Rosh Hashana·나팔절)를 기원한다"는 메시지가 올라온 것이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더 나아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학살을 비판한다"고 밝혔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이 '근거 없는 신화'(myth)라며 홀로코스트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일단 로하니 정권으로서는 강경파인 전임 아흐마디네자드와 달리 온건 성향을 보이며 핵 협상 재개 의지를 알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스라엘을 제외한 국제사회도 로하니 정권의 중도 온건 노선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로하니의 권한에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핵 문제에서 서방에 양보하면 스스로 정당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란 지도부가 기존의 태도를 쉽게 바꿀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핵문제를 비롯한 외교·국방 등 주요 현안에서 최고지도자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는 정치시스템 상 이란 대통령이 가지는 제한적 권한도 장차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미국과 직접 대화에 비관적 입장을 표출한 적도 있다.
이란 의회에서도 강경파의 목소리가 작지 않아 미국,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