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알권리 침해 논란 속에 추진 중인 특정비밀보호법안이 26일 중의원(하원)을 통과했다.
중의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특정비밀보호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관련 기사
제1야당인 민주당과 공산·사민·생활당 등이 법안에 반대했고, 중의원 제3당인 일본유신회 의원들은 추가 심의를 요구하며 기권했지만 중의원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과 다함께당이 당론으로 찬성하면서 법안은 통과됐다.
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국회 안팎에서 갈수록 확산하는 가운데, 연립여당은 이날 오전 중의원 국가안전보장특별위원회 표결을 거쳐 속전속결로 본회의 표결을 강행했다.
특정비밀보호법안은 참의원을 통과하면 최종 성립된다. 중의원과 마찬가지로 참의원도 '여대야소'이기 때문에 내달 6일까지인 임시국회 회기 중에 법안이 마지막 관문을 넘을 공산이 크다.
특정비밀보호법안은 누설 시 국가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방위, 외교와 관련된 정보, 테러 및 특정 유해 활동(스파이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정보 등을 '특정비밀'로 지정하고, 유출한 공무원은 최장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비밀 유출을 교사한 사람도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 이론적으로는 공무원으로부터 '특정기밀'을 획득한 언론인이 처벌받을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
이 때문에 언론의 취재 활동을 위축시키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공직사회의 '내부 고발'을 봉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특정비밀 지정 권한을 행정기관들이 갖게 돼 있어 법이 발효되면 정부는 숨기고 싶은 정보를 자의적으로 비밀지정할 수 있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법안이 중의원을 통과한 26일에도 시민단체 회원 등 300여명이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시위를 벌이고, 일부 여성단체 회원들은 도쿄 도심에서 가두행진을 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반대 집회가 열렸다. 전날 후쿠시마(福島)현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의견을 밝힌 7명 전원이 법안에 반대했다.
특정비밀보호법안의 중의원 통과는 아베 정권이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 양원 여대야소 구도를 만든 이후 야당의 반대를 '수의 우위'로 돌파한 사실상의 첫 사례로 볼 수 있다.
2016년 7월 차기 참의원 선거까지 예정된 국정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앞으로도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헌법해석 변경 등 국론이 분열된 현안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정비밀보호법안과 한 묶음으로 추진되는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 설치법안도 지난 7일 중의원을 통과, 참의원 표결만 남겨두고 있다.
이날 표결에 앞서 아베 총리는 자신이 회장을 맡은 보수 성향의 초당파 의원모임인 '창생(創生)일본'의 회합에 참석했다. 국회의원 30여명을 포함 총 300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에서 아베 총리는 "우리의 목표는 자랑스러운 일본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일본 언론은 연립여당이 민감한 법안의 표결을 강행한 것과 아베 총리의 창생일본 회합 참석을 연결지으며 아베 총리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