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 비트)
최근 10, 20대 젊은이들이 인터넷 아르바이트 채용사이트를 통해 범죄조직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에 있는 유명 사립대학교 대학원에 다니는 최모(26) 씨는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아왔다.
그러던 지난 4월말, 한 채용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던 최 씨의 눈에 '야간 중고폰 일당 10만원'이라는 솔깃한 문구가 들어왔다.
광고 제목과 연락처 외에는 아무런 안내 내용이 없는데다 유달리 일당이 높아 미심쩍었지만, 다른 구인광고처럼 일반 매장에 반납된 휴대전화를 가져오는 일이려니 싶었다.
사흘 뒤 최 씨가 전화를 걸자 한 남성이 자신을 '사장'으로 부르라며 "밤에 택시기사들에게 중고 스마트폰만 사오면 그 날 현금으로 일당을 주는 간단한 일"이라고 소개했다.
다음날 밤 11시, 사장이 지정한 강북의 한 지하철역 인근에서 최 씨와 함께 서성이던 20대 남성 4명에게 건장한 체구에 머리를 짧게 자른 사장이 고급승용차를 몰고 나타났다.
사장은 최 씨 등에게 각각 스마트폰 구매자금 20만원과 '휴대전화 단가표'라고 적힌 메모지 한 장씩을 나눠줬다. 스마트폰을 살 수 있는 길목과 경찰 단속을 피하는 요령을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 씨에게 배정된 장소는 자동차 수리소가 모여있는 강북의 한 대형매장 앞, 목표는 수리를 마치고 나오는 택시였다.
최 씨가 애플리케이션으로 화면을 밝힌 휴대전화를 위아래로 흔들면 거짓말처럼 택시가 멈춰섰다.
그날 밤 12시부터 4시간 동안 최 씨가 택시기사에게 사들인 스마트폰은 모두 손님이 택시에 내리고 간 분실품, 즉 장물이었다.
사장이 지정한 장소로 모여 기사에게 사들인 스마트폰과 남은 구매자금을 돌려주자 최 씨의 손에는 일당 3만원이 쥐어졌다.
집에 돌아오자 그제서야 '범죄조직이 시키는 일을 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왔지만, 4시간만 일하면 목돈을 쥘 수 있다는 유혹을 이기지는 못했다.
결국 밤마다 거리에 서서 휴대전화를 사들인지 일주일째인 지난 5월 8일 새벽 2시. 여느 때처럼 택시 기사에게 휴대전화를 사고 돌아서는 최 씨의 손목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분실 및 도난된 스마트폰을 거래한 혐의(장물 취득 등)로 장물업자 14명을 포함해 224명을 붙잡아 이 중 2명을 구속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장물업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들을 통해 서울 일대 택시기사나 절도범에게서 10억원 어치의 스마트폰 1000여 대를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최 씨처럼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장물모집책만 79명으로 대부분 취업난과 신용불량에 시달리는 20대 청년들이었다.
취업경쟁에 내몰린 젊은이들의 마지막 탈출구인 인터넷 채용사이트가 오히려 범죄의 지름길로 이들을 유혹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4일에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전화로 대출을 돕겠다고 속여 각종 비용을 가로채는 '피싱사기' 조직이 채용사이트를 통해 범죄조직의 일원을 모으다 적발됐다.
6개월 동안 800여 명에게 약 40억 원을 가로챈 이 피싱사기조직에는 한모(18) 군 등 고등학생 3명도 채용사이트를 통해 가담했다.
경찰 관계자는 "채용사이트에서 'PC방 아르바이트생 모집' 등 평범한 문구로 위장하거나 곧바로 게시글을 삭제하는가 하면, 연락처로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수법이 교묘해졌다"며 "단순한 아르바이트로 생각할 수 있지만 엄연한 범죄행위이므로 처벌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측은 불법 구인광고를 완벽하게 걸러내기는 쉽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구직사이트 관계자는 "24시간 자동필터링 시스템이나 전담 감시 인력을 운용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법 구인사례를 완벽하게 걸러내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