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도시철도 2호선 공사 낙찰-들러리 건설사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에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나눠먹기식 입찰담합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포스코 건설은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조사방해 행위까지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에 가담한 대우와 현대, SK, GS건설 등 21개 건설사에 대해 모두 1천3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공사를 낙찰받은 15개 건설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또 조사과정에서 하드디스크 교체와 내용삭제 등으로 조사활동을 방해한 포스코 건설에 대해서는 조사방해 행위에 대한 과태료 1억4,500만원이 별도로 부과됐다. 이 가운데 4,500만원은 조사방해 행위에 가담한 임직원 3명이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월에 발주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는 모두 15개 공구로 나눠져 있었는데, 중대형 건설사들간의 철저한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됐다.
대우건설과 SK건설, GS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5개 대형 건설사들은 각자 1개 공구씩 공사를 나눠갖기로 하고, 서로서로 낙찰자와 들러리 역할을 바꿔가며 입찰에 참가했다. 포스코 건설과 롯데건설도 낙찰자와 들러리 역할을 서로 맞바꿔가며 2개 공구를 낙찰 받았다. 반면, 삼성물산은 진흥기업을 대림산업은 태영건설을 아예 들러리 회사로 띠로 내세워 입찰에 참여했다.
중견건설사들도 대형건설사가 입찰에 참가하는 공구를 피해 나머지 6개 공구에 대해 들러리를 내세워 나눠먹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서희건설을 내세웠고, 두산건설은 태영건설의 들러리로 참여했다가 자신이 입찰한 공구에서는 대보건설을 다시 들러리로 세웠다. 한양건설은 고려개발, 코오롱글로벌과 금호산업은 다시 한양건설을 들러리 세웠고, 신동아건설은 흥화건설을 내세워 공사를 낙찰 받았다.
각 공구별로는 철저하게 2개의 컨소시엄만 참여했고, 들러리 업체들은 일부러 품질이 낮은 설계서, 이른바 ‘B설계’를 제출해 상대 업체의 낙찰을 도왔다. 이에 따라 각 공구는 중복되지 않은 채 건설사들 몫으로 고르게 넘어갔고, 평균 낙찰률은 무려 97.56%에 달했다. {RELNEWS:right}
총 1,322억원의 과징금 가운데 가장 액수가 큰 곳은 160억원이 부과된 대우건설이었고, 이어 현대건설(140억원), 현대산업개발(140억원), SK건설(127억원), GS건설(120억원) 등의 순이었다. 공사를 낙찰받은 건설사 15곳은 과태료 처분과 함께 검찰 고발을 당했고, 들러리만 섰던 흥화(17억6천만원)나 진흥기업(7억8천900만원) 등에도 예외없이 과태료가 부과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담합 관행을 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정부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공공입찰 담합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