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지난해 한국의 정치적 권리가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 등을 겪으며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프리덤하우스는 전 세계 195개 국가와 14개 자치지역의 2013년 자유·민주주의 상황을 분석한 연례 보고서 '세계의 자유 2014'(Freedom in the World 2014)를 23일(현지시간) 발표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자유국'으로 분류됐으나, 정치적 권리 (Political Rights) 부문이 최고 등급인 1등급에서 2등급으로 작년보다 한 계단 하락했다.
시민 자유(Civil Liberties) 부문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2등급이 부여됐다.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의 정치 권리는 국가정보원의 정치 사안 개입 의혹을 포함해 세간의 큰 관심을 받은 부패·권한남용 추문으로 인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의 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치 권리 등급은 1980년대 이래로 계속 상승 추세였다. 2005년 연례 보고서에서는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랐다가 이번에 9년만에 다시 2등급으로 내려갔다.
프리덤하우스는 2013년 한 해를 기준으로 대상국의 선거 과정과 정치적 다원주의, 표현과 사상의 자유, 결사의 자유, 법치 상황 등을 평가해 정치적 권리와 시민자유 두 부문에 1∼7등급을 부여했다.
이어 두 부문의 평균치를 가지고 대상국·지역을 ▲ 자유 ▲ 부분적 자유 ▲ 부자유로 분류했다.
대상이 된 국가 가운데 자유국은 88개국(45%), 부분적 자유국은 59개국(30%), 부자유국은 48개국(25%)이었다고 프리덤하우스는 밝혔다.
프리덤하우스는 40개국에서 자유가 신장한 반면 54개 국가에서는 정치적 권리와 시민 자유가 전체적으로 후퇴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유가 확대되기보다 축소되는 현상은 8년 연속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프리덤하우스는 "일부 국가 지도자들은 사실상 '현대적인 권위주의'에 기대 반대파의 세력을 전멸시키지 않고도 이들을 무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부자유국 가운데서도 정치적 권리와 시민 자유가 모두 7등급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최악 가운데서도 최악'으로 분류됐다.
북한을 비롯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적도기니, 에리트레아, 사우디아라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티베트, 서사하라 등 12개 국가·지역이 이런 사례였다.
프리덤하우스는 특히 주목할 만한 국가로 이집트를 꼽고 "민주적 정부기관들이 군사 쿠데타 이후 전면적으로 뒷걸음질쳤다"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