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 산하의 국책연구기관이 연례적으로 발간하는 공식보고서에 '중국의 북한포기'라는 상당히 민감한 표현을 담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지구 전략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2014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발전보고서'에서 한반도 등 중국 주변지역에 나타난 다양한 변화를 거론하며 중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판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국이 오랜 혈맹관계를 맺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은 국가적 이익을 우선으로 고려해 북한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북한 측에 발신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3차 핵실험 강행 이후 북중관계가 급랭하면서 중국 관변학자 사이에서는 북한을 '전략적 자산'이 아닌 '전략적 부채'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는데 이번 보고서도 그와 비슷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앞으로 5∼10년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남북통일, 현상유지, 군사적 충돌 등 세 가지 가능성 가운데 통일문제를 특히 강조하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통일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해도 남북관계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당 총서기 취임 이래 남북이 대화를 통해 자주·평화통일을 추진하고 실현하길 희망하며 중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생각도 거듭 표명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평화통일 추진에 대한 중국의 지지입장이 올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리융춘(李永春)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 게재한 '중한관계 : 정냉경열(政冷經熱·정치는 차갑고 경제는 뜨거움)에서 정열경열(政熱經熱·정치도 경제도 뜨거움)로'라는 제목의 글에서 중한 양국의 정치·경제적 상호의존성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하며 중국과 미국에 대한 한국의 균형외교를 강조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5∼10년 후 경제규모, 군사력, 뉴미디어, 주변국에 대한 정치외교적 영향력 등에서 미국을 바짝 추격하거나 오히려 추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중국의 확대된 영향력은 주변국가들과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2013년 중국 주변환경에 나타난 두드러진 변화로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갈등의 장기화', '댜오위다오와 남해(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변화 등을 거론했다.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설치와 관련해서는 "협상은 이미 시작됐지만 한바탕 종점 없는 마라톤 경기로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