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모임 '안녕들하십까' 주최로 10일 오후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비천당 앞에서 열린 대자보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들이 대자보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해 말 대자보 열풍을 불러일으킨 대학생 모임인 '안녕들 하십니까'가 2번째 대자보 백일장 대회를 열었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성균관대학교 비천당 앞에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처음 작성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주현우(28) 씨와 '일베의 사상' 저자 박가분 씨 등 대학생과 시민 4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주어진 하얀 전지 위에 30여 분 만에 일필휘지로 글을 써내려가는가 하면, 그림을 그리고 한시를 쓰며 '대학의 문제와 어떻게 연대하여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라는 시제에 따라 각자의 생각을 토로했다.
주 씨는 "너무나 가벼워진 '연대'의 정상화를 위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작성하며 "오늘 뉴스에서 공공기관 개혁을 막는 노조의 '연대', '투쟁'을 엄금해야 한다는 어느 분의 말씀을 봤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했다.
이어 "말하는 것이 허락받고 하는 것이 아니듯, 불합리한 힘에 맞서 의로운 이들이 함께하는 '연대'는 불법이나 불허로 매도되거나 막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성균관대 시간강사를 지내다 학교 측에 의해 강의를 해임당한 뒤 700여 일 넘게 1인 시위를 벌였던 류승완 박사도 백일장에 동참했다.
그는 한문으로 "학생평생입시난(學生平生入試難) 부모평생학비난(父母平生學費難) 대학수입수십조(大學收入數十兆) 전국민평생노비(全國民平生奴婢)"라는 한시를 대자보로 적어냈다.
류 씨는 "대학은 학부생 등록금만 현금으로 연간 50조 원 이상 벌어들인다고 추정될 뿐, 각종 국가지원금 등을 포함해 정확한 수입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며 "반값등록금을 말하지만, 원가조차 모르는데 등록금을 반으로 깎아준다는 건 사기"라고 비판했다.
지난 백일장에서 장원을 차지했던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김현우(22) 씨는 허생전을 패러디한 '학생뎐'을 새 대자보로 내놓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학생에게 대학 문제 해결을 물었다가 "중앙대는 청소노동자를 탄압하고, 성균관대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데 대교협은 등심위에도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며 꾸짖음을 듣는다는 내용이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날 장원은 중앙대학교 국문학과 박정호(21) 씨에게 돌아갔다.
박 씨는 대자보에서 "대학에 가면 소설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여자친구도 사귀어서 웃을 줄 알았지만, 청소노동자가 파업해야 하고, 이웃 학과가 사라지는데 어떻게 웃을 수 있겠냐"고 지적한 뒤 "봄인 줄 알았던 대학은 겨울이었지만 봄은 오고 꽃은 필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려대 철학과 강태경(26) 씨는 "대학이 사회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없는 것 같다"며 "미래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는 기관이 되지 못하고 재정을 늘리려는 편협한 목표에 급급해 총체적인 교육의 방향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를 앞두고 고려대 농악대가 풍물놀이 공연을 할 계획이었지만, 성균관대 직원들이 나서 "문화재 앞이라 백일장 외 행사는 진행할 수 없다"고 저지해 취소됐다.
또 종로구청 관계자가 나서서 "백일장 외 행사는 허가받은 적 없다"며 고사상 물품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