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가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의 자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가져올 파급력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마리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9일 고위급 장관들과 함께 이스라엘을 겨냥한 경제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를 했다.
이번 회동에는 아비그도르 리버만 외무장관과, 나프탈리 베넷 경제장관, 유발 슈타이니츠 전략부 장관 등 실세 장관들이 참석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1일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이 실패하면 이스라엘 제재 위협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 뒤 열린 것이다.
이스라엘 언론은 케리 장관의 이번 발언이 지난해 11월 그가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팔 협상이 실패로 끝나면 이스라엘이 국제적 고립을 당하거나 제3차 인티파다(민중봉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일부 현지 언론은 이스라엘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보이콧이 현실화되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과 단체의 약 30%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현재 유럽의 다수 정부와 다국적 기업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과 연계된 이스라엘 회사와 교역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실제 이에 동참하는 각국 정부, 기업들도 느는 추세다.
이러한 움직임은 친팔레스타인 활동가 주도로 이뤄지는 'BDS(보이콧, 투자회수, 제재) 운동'이 국제사회에서 서서히 확산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BDS 운동은 팔레스타인을 부당하게 처우하는 이스라엘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려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서안지구 정착촌의 이스라엘 기업과 거래를 끊도록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불매 대상에는 채소와 과일, 미용용품 등 이스라엘에서 들여오는 모든 수입품뿐 아니라 캐터필러와 G4S 등 이스라엘에서 사업하는 기업 등도 포함된다.
특히 BDS 운동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통치를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 소수정권의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과 동등한 수준으로 취급해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BDS 운동은 최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식민지, 점령,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타계한 뒤 전 세계가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을 가져온 고인의 투쟁을 기리면서 이스라엘산 제품 보이콧 논의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영토 내부 상황은 과거 남아공 백인정권 당시의 상황과 똑같지 않지만, 비판론자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인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사실을 들어 많은 유사점이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