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 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에서 재심 무죄판결을 받은 후 기자회견을 갖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송은석 기자)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이 22년만에 무죄로 결론이 나면서 당시 수사를 강행했던 검사들의 면면과 보상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991년 당시 법무부 장관은 김기춘 현 대통령비서실장이며 강신욱, 신상규, 송명석, 안종택, 남기춘, 임철, 곽상도, 윤석만, 박경순 등 9명의 검사가 수사에 참여했다.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인물은 당시 수사팀에서 수석검사를 맡았던 신상규 변호사.
지난 2009년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한 신 변호사는 지난해 7월부터 대검찰청 사건평정 위원장에 위촉돼 현재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사건평정위원회는 세간의 관심이 쏠린 사건 중 무죄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위원회로, 강기훈 사건 역시 평정위에 회부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재심재판 과정 중 강씨 유죄의 가장 강력한 증거였던 필적감정의 신빙성이 무너지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건 당사자인 신 변호사가 평정위원장을 계속 역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송 변호사 외에도 강신욱 당시 강력부장은 최고 법관인 대법관의 지위에 올랐으며 남기춘 검사 역시 검사장 지위까지 오른 뒤 박근혜 캠프에서 클린검증 소위원장을 맡았다.
곽상도 검사는 박근혜 후보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에 참여했다가 박근혜정부 청와대 첫 민정수석을 지내는 등 당시 수사관계자들의 현재 모습은 간암 환자가 돼버린 강씨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재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자연스럽게 강씨의 잃어버린 22년에 대한 국가보상 문제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강씨는 재심재판의 결과가 무죄로 확정되는때로부터 6개월 이내에 국가의 잘못으로 3년간 옥살이를 한데 대한 형사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국가의 형사보상과는 별도로 국가 기관의 고의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별도의 위자료까지 민사소송을 통해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강기훈씨에게 보상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발상일 수 있다.
강씨측은 고등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검찰의 대법원 항고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문제는 간암투병 중인 강씨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강씨는 이미 재심재판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대법원의 시간끌기에 곤욕을 치러본 경험이 있다.
2009년 9월 서울고법이 재심신청을 받아들였지만 대법원이 재심여부를 판단하지 않은채 시간을 끌면서 무려 4년동안 재판부의 결정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강씨측은 대법원이 재심결정을 내리면서 결정적인 재심의 근거인 전대협 노트가 "자살했던 김기설씨의 것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단서를 달았던 것을 주목하고 있다.
상고심 판단도 재심신청때처럼 마냥 기다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NEWS:right}
강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송상교 변호사는 "가장 시급한 것은 대법원이 최대한 빨리 상고심 판단을 내려주는 것이다. 보상문제는 법원 판결이 확정된 다음 생각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씨가 첫번째 관문을 가까스로 넘었지만 여전히 깊은 한숨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