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이동통신회사들의 가입자 뺏고 뺏기기가 점입가경이다. 100만원이 넘는 단말기를 10만원에 살 수 있다고 하더니 드디어 출고가격보다 다 많은 보조금이 지원되는 기현상까지 일어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연말 이동통신 3사에 천억 원이 넘는 사상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이동통신사들의 불법 보조금은'1.23 대란'이니 '2.11 대란'이니 하면서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이동통신사들 왜 방통위 규제 무시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오히려 보조금은 더 쏟아 붓는다? 이해가 안 되는데?=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방통위 상임위원과 사무처관계자들에게 들어보니 "이해가 안 된다", 도대체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규제기관을 농락하는 것이다", "방통위를 우습게 안다", "벌(과징금이나 영업정지)이 벌 같지 않다", "해도 너무한다" 는 등등의 반응이었다.
심지어 방통위관계자가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자신들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방통위 한 고위관계자는 "방법이 없다. 위반하면 방통위로서는 계속해서 강하게 규제할 수밖에 없다"면서 "갈 때까지 가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이유가 뭐냐?
= 기본적으로 경쟁구도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은 한마디로 '전쟁터'"라고 말했다. 전쟁에서 양보가 어디 있고 눈치 볼 것이 어디 있냐는 것이다.
이동통신회사 마케팅책임자의 얘길 들어봤는데 입장이 간단했다. "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가입자 뺏기면 뭘 할 수 있겠나?"라면서 "(가입자 뺏기면)유통도 무너져 다른 비즈니스도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회사의 한 임원은 과열경쟁의 원인에 대해 "가입자 기반, 시장점유율이 가장크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가입자 수 가운데서도 LTE가입자를 늘리는 게 기본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이동통신사들이 왜 방통위의 과징금이나 규제를 무시하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의 얘길 들어보니 대략 5가지 정도로 분석한다.
첫 번째는 내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동통신회사들이 이미 영업정지도 맞아봤고 사상최대라는 천억 원이 넘는 과징금 폭탄도 맞아봤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징금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가입자가 줄어드는 것보다는 낫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이동통신사들이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동통신회사에서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단말기 제조회사에서도 장려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심지어 대형 대리점들은 자진해서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대리점도 가입자 기반이 중요하기 때문에 뺏기지 않으려면 빠져나가는 가입자만큼 신규가입자를 유치해야 한다"면서 "신규가입자 유치를 위해서는 이통사나 단말기 제조사에서 지원하는 보조금 이외에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리점의 문제는 본질은 아니지만 보조금 과잉의 한 단면임에는 틀림이 없다. 부동산 투기가 활성화되면 떴다방을 비롯한 부동산 중개소가 난립을 하듯이 이동전화 대리점이 난립하고 있는 것도 보조금이 넘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동통신 대리점이 대략 6~7천개이고 이들 대리점으로부터 판매수수료를 받는 판매점이 3~4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종사자만 줄잡아 15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 번째는 LTE시장이 형성되면서 이동통신 3사의 서비스 차별화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G나 3G 때처럼 이동통신사간 차별이 존재한다면 유리한 통신사가 있겠지만 차별이 없다보니 결국은 보조금으로 차별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LTE 시장에서는 단말기 보조금 이외에 다른 차별화 수단이 없다"면서 "단말기 제조회사에서 신규모델이 나올 때쯤 재고를 털기 위한 밀어내기에 떠밀리기도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마케팅 책임자들이 가입자 수 유치에 사활을 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동통신사 마케팅에서 가입자가 수가 가장 핵심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돈이 얼마나 들었건 가입자가 늘어났다면 인정을 받지만, 예산을 아끼기 위해 가입자를 경쟁사에 뺏겼다면 '경쟁사는 돈 쓰고 우리는 돈 아꼈다'는 얘기가 변명밖에 안되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방통위 양문석 상임위원. 자료사진
다섯 번째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아무리 쏟아 부어도 이익이 남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가 연간 쏟아 붓는 마케팅 비용은 대략 7조원 규모에 이른다. 그렇지만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는 SKT가 19,696억원, KT가 지난해 4/4분기의 2,370억원이라는 사상최대의 적자로 인해 3,390억원 LGU+는 5,46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방통위 양문석 상임위원은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쏟아 붓는 근본 이유 중 하나가 "주가가 받쳐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 위원은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법을 지켜서 가입자가 떨어지기 보다는 법을 어겨서 과징금을 내더라도 남는 장사이기 때문에 불법보조금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설적이게도 이통사들이 방통위의 징계를 받으면 주가는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특이 현상이다.
▶ '보조금 대란'을 막을 대안이 정말 없는 거냐?= 다들 답답해 한다. 방통위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대안이 있다면 왜 실행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한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방통위에서 징계하면 눈치도 보고 통신사들끼리 창구를 통해 자제했는데 이제는 그런 창구도 가동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이통사 경고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경고가 먹히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불법보조금을 막기 위한 대책은 여러 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단말기 유통과 통신서비스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유선전화가 중심일 때 활용되었던 방안이다. 단말기는 제조회사가 대리점을 통해 유통을 시키고 통신사는 요금으로만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방통위에서는 이 방안이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확신하지만 이통사 관계자들은 이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통사 한 고위임원은 "유통과 서비스를 분리할 경우 단말기 시장과 연관 산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면서 "삼성이 반대하고 우리나라 이동전화 단말기 시장과 연관 산업이 무너지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영국이 규제를 했다가 지금은 풀었다"라고 말했다.
이동전화 단말기의 정찰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 또한 지금의 시장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2011년 KT에서 '페어 프라이스' 제도를 시행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면서 "시장에서 구현될 수가 없는 제도다. 인터넷 시장에서 규정된 가격에 팔겠나? 재고가 있으면 싸게 팔아야 하고 주말에는 보조금 많이 쓰고 주초에는 보조금 적게 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경쟁구도인데 경쟁을 하지마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한 이통사 임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면서 "대증적 대안은 있을 수 있겠지만 경쟁구도에서 보조금을 없애라고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에서 마케팅 책임자를 했던 한 고위임원은 "(보조금 문제) 문제로 보면 문제이지만, 문제로 안보면 문제가 아니다"면서 "보조금 상한을 바꿔도 또 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은 도가 지나친 건 맞다면서 그렇지만 이런 과열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연초이고 졸업과 입학 시즌이다 보니 과열돼 있지만 이통사들도 과열 보조금을 계속 끌고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게 가입자를 뺏고 뺏기다보면 결국은 도루묵 아니냐? 그런데도 이런 과열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냐?
= 경쟁사회에서 경쟁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규정을 최근 3년 동안 가장 영업을 잘한 통신사는 LGU+다.
2013년 말 현재 가입자 수를 봐도 LGU+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LGU+는 가입자가 2011년 말 9백3십만 명에서 2012년 말에는 천십만 명으로 77만 명이 늘어났고 2013년 말에는 7어기면서까지 과열경쟁을 하는 것이 문제인데 이동통신사들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과열경쟁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만 명이 순증했다. KT는 2011년말 1,646만 명에서 2012년 말 1,650만 명으로 6만 명이 줄었고 2013년 말에는 1,645만 명으로 4만7천여 명이 줄었다. SKT는 이 기간 80만 명이 늘었으니까 나름대로 선방을 했다.
그렇지만 이동통신사별 가입자 점유율은 2011년 말 SKT 50.6% KT 31.5%, LGU+ 17.9%였다. 그런데 2013년 말에는 SKT 50%, KT 30.1%, LGU+ 19.9%로 5:3;2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LGU+는 전체가입자 중 2%포인트가 증가했지만 KT는 1.4%포인트 SKT는 0.6% 포인트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가입자에서는 LGU+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13년 말 현재 스마트폰 가입자는 SKT가 47%(13,486,766), KT 28%(7,874,065), LGU+ 25%(7,088,606)를 점유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황금분할로 여겨졌던 5:3:2의 구도가 깨진 것이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4:3:3의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경쟁구도가 보조금을 쏟아 붓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의 한 마케팅책임자는 "경쟁구도의 틀을 바꾸는 요소가 나오면서 시장이 과열됐다"면서 LGU+가 시장과열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11 대란은 SKT가 주도했지만 이미 그 전 주말에 LGU+가 보조금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2.11 대란이 일어났다는 얘기다. 이런 경쟁구도가 계속된다면 과다 보조금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지금처럼 출고가격보다 더 많은 보조금이 지급되는 과열양상은 수그러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동통신사 고위임원은 "새로운 단말기가 나오더라도 더 이상 과열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그 이유로 "LTE가 나온 지 2년이 됐기 때문에 끝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입자들이 더 이상 새로운 단말기로 옮겨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처음 스마트폰이 나올 때는 단말기의 차별이 컸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