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재단의 횡포에 저항하다 해고된 여교사가 24년간 외로운 싸움 끝에 국가로부터 교육 민주화 운동을 인정받고 명예를 회복했다.
17일 국무총리 소속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에 따르면 경북 상주여상(현 우석여고) 교사로 근무하다 1990년 해임된 김도리(55)씨는 위원회의 재심 결과 이달 10일 교육민주화 운동가로 인정받았다.
위원회는 상주여상의 재단인 육주학원에 김씨의 복직을 권고하고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해직 기간을 산정해 생활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재심의 결과는 '김씨의 해임은 정당하다'는 사법부의 판결을 24년 만에 뒤집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심의과정에서 위원 간 의견이 달라 진통이 있었지만 결국 명예회복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1982년부터 상주여상 교사로 일하던 김씨는 1990년 2월 재단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 다른 학교의 유부남 교사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씨는 상대 남성이 이혼했다고 자신을 속이고 일방적으로 교제를 강요한 것일 뿐, 불륜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그녀가 학교에서 밀려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김씨는 신규 채용교사에게 기부금을 강요한 재단에 항의하고 학생의 학생기록부를 조작한 교무과장의 인사조치를 요구하는 등 일방적인 학교 운영을 공공연하게 지적한 것이 해임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즉각 법원에 해임처분 무효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김씨가 교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한 점이 인정된다며 학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는 상소했고 재심까지 청구했지만 법원은 매번 같은 결정을 내렸다.
김씨는 2000년 "사학재단의 부당한 관행과 싸우다 해임됐으니 민주화 운동가로 인정해달라"며 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위원회마저 '정당한 해임처분'이라는 사법부의 판단을 인용해 신청을 기각했다.
위원회의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2004년 행정소송도 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고, 그렇게 24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해 2월 김씨가 위원회에 명예회복 재심의를 신청하면서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씨는 국회와 청와대, 안전행정부 등에 결백을 주장하는 민원을 냈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김준곤 변호사로부터 지지 의견서도 받았다.
위원회의 한 전문위원은 재심의에서 "당시 김씨는 기부금 강요와 보복인사, 여교사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며 평교사협의회를 조직하는 등 사학재단의 전횡에 맞서고 교육 민주화에 앞장선 점이 인정되며, 이 때문에 부당하게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