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나이반도 동북부 타바에서 16일(현지시간) 발생한 한국인 관광객 버스 테러 사건은 잇따르는 성지순례와 정부 대응의 한계가 빚은 참사로 지적된다.
이집트 치안이 극도로 악화하고 테러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가운데 시나이반도에 한국인 단체관광 행렬이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예방적 대응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산이 있는 이곳을 찾는 한국인 성지순례객은 좀처럼 줄지 않는 추세여서 추가 피해 우려도 제기된다.
현지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번 테러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날에도 한국에서 온 성지순례 1개 팀이 타바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로 넘어갔다.
이집트 관광 성수기인 1~2월 중 성지순례차 시나이반도를 이미 방문했거나 방문할 예정인 한국인 성지순례객은 2천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루 평균 30명 이 상 시나이반도를 찾는 것이다.
2년 전 이곳에서 한국인 피랍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시나이반도 성지순례를 희망하는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적지 않았다는 게 현지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집트 카이로행 비행기 편을 이미 예약하고 성지순례를 대기 중인 한국인은 이번 사건 직후 여행사 등을 통해 일정과 체류 지역을 조정하고 있다.
애초 일정은 카이로에 도착해 차량으로 시나이반도의 캐서린 사원을 방문한 뒤 타바 국경을 통해 이스라엘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집트 현지의 한 여행사 사장은 "타바 사건은 한국인을 특정한 폭탄 테러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시나이반도로 성지순례를 오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이집트 상황이 위험해도 성지순례차 이곳에 온다고 하면 현지 여행업체는 생계가 걸린 문제인 만큼 시나이반도 방문을 쉽게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테러 예방을 위해 순례자들에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는 게 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2012년 2월 한국인 성지순례객이 무장 세력에 납치된 뒤 시나이반도 여행경보를 2단계(여행자제)에서 3단계(여행제한)로 상향조정했다.
이는 우리 외교부가 운용하는 1~4단계 여행경보 제도에서 4단계(여행금지·여권법상 여권사용허가 필요)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지만 '권고'이기에 여행 제한을 강제할 수는 없다.
외교부는 특정 지역의 위험이 예상되는 모든 국가를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하는 것은 헌법상 국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또 2008년 반정부 시위 격화를 이유로 태국의 여행경보를 상향했을 때 태국 정부가 불만을 제기 한 것에서 보듯 상대국과 외교관계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재 4단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된 곳은 내전 중인 시리아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예멘, 이라크 등 5개국뿐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시나이반도에 대해 '철수 권고'에 해당하는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했지만 이 역시 철수를 강제할 수단이 없는 권고적 효력을 가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테러 행위는 예고 없이 일어나는 데다 최근 이집트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폭탄 테러도 없었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지의 한국 여행업체에 시나이반도 방문 위험성을 알리고 그곳을 찾지 말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