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반정부 시위에 이어 대통령 실각과 야권의 권력 대체가 일어난 우크라이나에 '냉정한 거리 두기'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오는 5월 대선을 거쳐 정통성 있는 차기 권력이 가시화하기 이전, 작금의 혼돈 정국에 무리하게 개입하면 깊은 수렁에 빠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구세력의 후견국 처럼도 여겨지는 러시아와의 정면 대결 가능성은 미국에 가장 부담이 되는 포인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와 '냉전식 체스 게임'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FT는 오바마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개입 가능성을 애써 축소하고 있다고 평했다.
러시아의 무력 개입에 대해서는 엄중히 경고하지만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에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양면성에서 이런 의도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수십 조원 규모의 원조를 호소하는 우크라이나 새 정권에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차관 협상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면서, 자국도 지원할 의사가 있지만 IMF 기금을 보완하는 역할에 그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미국 공화당의 강경파 사이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IMF와 유럽연합(EU)에 최대한 공을 넘기고 체면치레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정부의 소극적 전략이 '다른 나라 사회를 억지로 바꾸겠다는 구상은 애초 문제가 많고 국내 여론만 나빠진다'는 판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의 봄' 혁명이 실패한 전례가 있는 만큼 미국이 금세 외국에 민주주의를 전파할 수 있다는 예전 조지 부시 정권 때의 믿음을 버리고 현지 국민의 노력을 중시하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경제·사회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예전 집권층이 부정축재와 실책을 거듭한 탓에 국고가 바닥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우려될 지경인 데다 친(親) 러시아파와 EU파로 나라가 쪼개져 내전이 터질 위험성도 있다.
개혁을 해도 상당 기간 민생고와 혼란이 불가피해 미국이 '해결사'를 자처하면 중동에서처럼 현지 원성만 살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캔터키)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촉구를 '냉전 시대에 얽매인 생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