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자금융 사고 피해를 줄이고자 은행들이 전자금융 이체한도를 속속 낮추면서 고객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은행별로 이체한도가 조금씩 다른데다 한도 변경 시기는 더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최근 인터넷뱅킹 이용에 불안함을 느껴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며 일회용비밀번호(OTP) 생성기 등 안전한 보안매체를 이용할 것을 권장했다.
◇전자금융 이체한도 '10년만의 칼질'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보안카드를 쓰는 고객들의 인터넷·스마트뱅킹과 텔레뱅킹 이체한도를 줄일 계획이다.
이체한도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뱅킹이 처음 선을 보인 이후 한때 개인고객 기준으로 1회 10억원에 달했다.
이후 전자금융거래가 늘고 이에 따른 금융사고도 증가하자 은행들은 2004년 인터넷뱅킹 이체한도를 대폭 줄여 현 수준인 1회 1억원 정도로 낮췄다.
2007년에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생겼다.
현행 전자금융감독규정은 개인고객 기준으로 인터넷뱅킹은 1회 1억원·1일 5억원, 텔레뱅킹은 1회 5천만원·1일 2억5천만원 안에서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한도를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은행들은 규정에서 정한 최고 금액을 한도로 설정했다.
하지만 최근 전자금융 사기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일반 고객이 취하는 예방조치만으로는 금융사기를 완전히 뿌리뽑기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다시 한도를 대폭 낮추거나 OTP 생성기를 보안매체로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사실상 10년만에 전 금융권에서 인터넷뱅킹과 텔레뱅킹 이체한도가 대폭 줄어드는 셈이다.
◇불편하고 헷갈리고…"OTP카드에 눈 돌려볼까"
고객들은 갑자기 바뀐 이체한도에 다소 불편하다는 표정이다.
인터넷뱅킹이 활성화된 이후 은행권이 한꺼번에 이체한도를 대폭 조정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인데다 은행별로 이체 한도와 조정 시기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안카드만 이용하는 고객 가운데 우리은행 고객은 1회에 500만원을 이체할 수 있지만 외환은행과 기업은행 고객은 1천만원을 한 번에 이체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텔레뱅킹 고객은 이달 24일부터, 인터넷뱅킹 고객은 상반기 안에 새 규정을 적용받는다.
하나은행은 보안등급을 세 등급으로 분류해 OTP 생성기가 아닌 보안카드를 가진 고객도 사전 문자인증 서비스를 추가하면 한 번에 5천만원을 이체할 수 있게 했다. 사전 문자인증 서비스를 받지 않고 보안카드만 쓰면 1천만원만 이체할 수 있다.
최근 거래은행에서 이체한도 조정에 대한 이메일을 받은 직장인 임모(30·여)씨는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 다소 복잡해보여 (메일을) 한참 들여다봤다"며 "한도가 줄면 급하게 거액을 송금해야 할 때 당황스러울 것 같아 OTP카드를 발급받을까 생각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최모(29·여)씨는 "주거래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보안카드) 이체한도가 적어 불편할 것 같다"며 "특히 정기예금은 금리가 좋은 상품이 나오면 2천만∼3천만원짜리를 신규로 가입하기도 하는데 1일 이체한도에도 꼼짝없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런 불편이 금융사기에 대한 불안과 맞물려 고객들의 발걸음을 다시 은행 창구로 돌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뱅킹 보안이 날로 강화돼 한편으로는 불편하지만 금융사기가 워낙 큰 사회적 문제가 되다 보니 고객들의 민원은 많지 않다"며 "나이가 많은 고객 가운데는 일부러 은행 영업점을 찾는 경우가 꽤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은행들은 OTP 생성기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이체한도를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OTP 생성기는 전자금융 거래를 할 때 1회용 비밀번호를 만들어주는 보안매체로, 보안카드에 비해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토큰형OTP는 5천원, 카드형은 1만∼1만4천원이며 올해 2월 말까지 864만건 가량이 발급됐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텔레뱅킹도 처음에는 보안카드 없이 소액거래가 가능했지만 사고가 잇따르자 보안카드 사용이 의무화되고 공중전화를 통한 이용도 금지됐다"며 "인터넷뱅킹도 이제 OTP카드 이용을 활성화해 보안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