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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檢이 국정원 '벽'을 넘을 수 없는 이유

    권력기관 견제와 균형 사라지고 국정원 독식 생태계 형성

    자료사진

     

    검찰이 박근혜 정부들어 국정원의 높은 벽을 뚫지 못하고 연이어 맥없이 주저앉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검찰의 '국정원 트라우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합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논란이 발생한 지 2주가 지나고 있지만, 검찰은 중국의 변방세관(삼합변방검사참)에서 발행해왔다는 국정원측과 변호인측의 관인이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을 뿐 추가적인 진상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중국의 '입'만 쳐다볼 수 없는 형국에 빠졌습니다. 검찰이 중국과의 사법공조를 통해 간첩사건 증거조작의 자료·근거를 밝혀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국정원을 통한 진상조사는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증거조작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일고 있지만, 국정원은 선양총영사관의 이인철 영사가 조선족 정보원을 통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확보한 문건을 넘겨받은 것이지 절대로 위조나 조작은 없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도 국정원의 행보가 석연치 않다는 것입니다. 이인철 영사가 검찰에서 조사받고 난 직후인 지난 1일 일부 언론은 "이 영사가 조선족 정보원에게 피의자 유우성씨(34)의 출입경기록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진술을 국정원 등에서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검찰 진상조사팀을 총괄 지휘하는 윤갑근(50)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3일 “언론 보도 내용 중 조사받은 사람들의 진술 내용이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다. 장담컨대 검찰은 (출처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외부에서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보도 내용에 일정한 방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많은 언론은 이같은 불쾌감 표시에 대해 검찰이 국정원을 향해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고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국정원이 조선족 정보원을 내세움으로서 간첩증거조작 사건을 풀리지 않는 '미궁사건'으로 몰아가고 '꼬리자르기'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의 해석도 있습니다. 검찰의 반응은 국정원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인철 영사의 진술을 검찰이 의도적으로 리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뭐 정리하자면 "(이인철 영사의 진술을 검찰이) 흘리지 않았다, 그것 분명하니 알아줘라"라는 자백이라는 것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국정원의 벽이 높으면 검찰 안팎에서 이런 자조적인 얘기들이 나오는 것일까요.

    다 아시다시피 검찰은 작년 국정원 댓글,트윗글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검찰 수뇌부가 파멸됐으니까요. 검찰 내부에서는 "국정원과 직접 관련된 사건은 맡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게 '관운'이라는 것이다"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물론 이석기 내란 음모사건은 예외의 경우입니다). 지금 간첩조작 사건도 해당 검사는 지방검찰청의 공안부장으로 승진했습니다만, 다른 어떤 검사가 갔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게 검사들의 공통된 반응입니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경찰과 국정원 사건을 수사지휘하고 공소유지를 맡는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정원의 대공수사를 지휘하고 제어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경찰사건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재지휘도 하고 경찰의 기소의견을 기각하는 일도 매우 흔합니다.

    국정원에 대해 최고 수사기관인 검찰조차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부담을 갖게 된 것은 박근혜 정부에서 남재준 원장이라는 핵심 측근이자 강한 캐릭터의 인물이 국정원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입니다. 또 두번째 요인은 남재준 원장 체제가 정권 초기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권의 그립이 가장 강한시기 '국정원=정권'이라는 등식이 관가에 널리 형성돼 있습니다.

    한 전직 고위외교관을 만났습니다. 국정원 개혁의 첫번째 과제는 국내파트 해산도 틀린 건 아니지만, 국정원의 직급부터 아래로 과감히 내리는 개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스파이 기관의 장이 '부총리급'으로 임명되는 것은 문명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통솔하는 최고 정보기관입니다. 미국에는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전보장국(NSA), 국방정보국(DIA), 국가정찰처(NRO) 등의 정보기관이 있는데 미국 국가정보국은 2001년 9월 11일 미국 역사상 최초로 외부 세력에 의해 본토가 공격받은 것을 계기로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막강한 스파이 기관이 탄생했지만 초대 정보국장은 존 네그로폰테라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의 다음자리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네그로폰테는 국가정보국장 역임후 '국무부 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우리로 치면 국정원장 마치고 외교부 차관으로 간 겁니다.

    2대 국장은 전 NSA국장, 3대 국장은 전 태평양함대사령관 ,4대국장은 전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이 맡았습니다.

    세계 최강 정보국인 미국은 정보기관 수장으로 '부총리급'을 절대 영입하는 일이 없습니다. 더욱이 캠프 출신 측근을 데려다 놓지도 않습니다. 매우 실무적인 인물들입니다. 왜냐하면 정권을 위해 정보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에서 국가정보국장은 관련 정보만 올릴 뿐 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회의에는 절대로 배석하지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정보수장이 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회의에 참석하면 정책 결정자의 결정 방향을 알아채고 입맛에 맞게 가공된 정보를 올릴 수 있다는 염려때문이라 합니다. 스파이 기관은 철저하게 관련 정보만 취합하도록 함으로써 정치개입을 금지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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