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
엊그제 한 단역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름은 우봉식 씨입니다. 이름을 들어도 누군지는 잘 모르시겠죠. 그도 그럴 것이 2007년 유명 대하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한 뒤로는 배역을 거의 맡지 못했다는데요. 연기를 하고 싶은데 기회는 거의 안 오고 결국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다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이게 과연 개인적인 문제인가 사회 구조적인 문제인가 오늘 잠시 생각을 해 보죠. 이분 역시 단역배우를 오래 해 온 분입니다. 익명으로 연결을 해 봅니다. 나와 계십니까?
◆ ○○○> 안녕하세요.
◇ 김현정> 단역배우 생활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 한 15년.
◇ 김현정> 이번 우봉식 씨 부음을 듣고는 심정이 어떠셨어요?
◆ ○○○> 너무 안타깝죠. 답답하기도 하고요. 젊은 사람이 뭐라도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는 분도 계시겠는데요. 아마 생계비 곤란한 게 아마 정신적인 게 빈곤일 거예요. 연기자들은 선택을 받아야 되잖아요.
◇ 김현정> 선택을 받아야 어딘가 무대에 설 수가 있는 건데.
◆ ○○○> 그런데 어떤 자리에 설 수 없다는... 내 삶의 무대가 없어진 거죠. 그러니까 너무나 아팠을 거예요. 정신적으로.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정신적인 부분이야 그렇지만 물질적인 부분은, 그래도 TV에 나오는 배우인데 아무리 못살아도 보통 서민보다는 벌이가 낫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 생활고라는 게 현실이 어느 정도나 됩니까?
배우 故 우봉식 씨
◆ ○○○> 한 회를 출현하기 위해서 비용이 드는 게 많아요. 교통비라든지 그리고 숙박비라든지 그리고 또 캐스팅 소개료 비용이 출연료의 한 30%가 돼요.
◇ 김현정> 출연료가 있으면 그것의 30%는 캐스팅 수수료로 들어간다, 중간에 캐스팅을 해 주는 분이 따로 있군요?
◆ ○○○> 중간에 소개를 받아서 출연하는 경우도 대부분인 것 같아요. 거기에 아침에 가서 저녁에 오면 보통 식대가 한번 나와요, 8천 원. 그리고 나중에 다음 달 말에 지급이 되는데 그 8천원이 캐스팅 비용, 그 30%에 포함이 됐어요.
◇ 김현정> 식비에 무슨 캐스팅 비용이 포함이 된다는 거죠? 이해가 안 되는데, 보통.
◆ ○○○> 그러니까 이 출연료가 기본 출연료가 있고 거기에 비용 식대, 교통비, 야외 촬영비 그게 포함이 돼요. 그런데 그 모든 걸 통틀어서 30%를 가져가요.
◇ 김현정> 그러면 우리가 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 보죠. 1회 단역배우 출연료가 평균 얼마가 됩니까? 60분물이라면.
◆ ○○○> 기본적으로 한 40만원 정도 잡으면 돼요.
◇ 김현정> 조연 말고 단역 배우가?
◆ ○○○> 네, 단역배우가.
◇ 김현정> 단역배우가 60분물에 나가면 40만원 정도가 된다. 그런데 거기서 30% 수수료 떼고 식비며 교통비며 이런 거 다 떼고 나면 얼마 정도를 손에 얻습니까?
◆ ○○○> 20만원 정도 되겠죠. 그리고 거기에 자가용을 이용했을 때는 기름 값도 들어가는데 차가 없을 경우에는 렌트를 할 수밖에 없어요. 얻어 타고 간다든가. 그렇다면 결국에는 이게 벌이수단이 아닌 투자개념이 되는 거죠.
◇ 김현정> 마이너스가 된다는 말씀이세요, 결국에는?
◆ ○○○> 마이너스가 될 수 있죠. 그런데 3월 달에 촬영을 했는데 그 다음 달에 방송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출연료는 5월말에 지급을 받는 거죠.
◇ 김현정> 4월에 방송이 되면 또 한 달 있다가 출연료는 나오는.
◆ ○○○> 그래서 며칠 전에도 출연료 미지급 관련해서 항의 방문차 세트장에 갔어요. 한 3개월 동안 촬영을 했는데 돈을 단 1회도 지급이 안 된 거예요. 그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다하더라도 그 이후 출연료가 지급이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1회당 출연료 40만원 받는데 그것도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라는 거죠, 단역배우들한테는.
◆ ○○○> 그렇죠.
◇ 김현정> 1년에 그럼, 한 달에 수입 어느 정도 가지고 보통 버티세요? 이 배우 수입만으로는?
◆ ○○○> 1년 연간 천 만원 미만이죠. 연기자 중에 70%가 넘는다고 판단하시면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70%넘는 수가 연 천만원 소득.
◆ ○○○> 이하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뭐 이거. 다른 투잡을 하지 않고 있으면, 다른 직업이 없으면 굉장히 심각하겠네요.
◆ ○○○> 그렇죠. 대학로 공연 쪽에 있는 연기자들 같은 경우에는 공연 끝나고 돈을 많이 못 받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어요.
◇ 김현정> 이분들이 어떤 순간에 순간순간 비참함을 느끼시나요?
◆ ○○○> 명절 때 집에도 못가고.
◇ 김현정> 명절 때 집에도 못가요? 그건 왜요?
◆ ○○○> 모임소식에 잘 못가요.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 보니까 우리 동료들끼리 그냥 모임을 갖는 거죠. 그런 모임에 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니까요.
◇ 김현정> 배우인데 한턱 쏴, 이럴 수도 있는 거고 명절 때도 뭔가 기대하는 게 있을 텐데 내 주머니는 넉넉하지 못하니까 그런 데 얼굴 내밀고 싶지 않은. 어떤 분들은 그러세요. 자유경제 사회인데 어떡하냐, 억울하면 개개인이 노력해서 톱스타가 되면 되는 거 아니냐, 왜 못 견디고선 어렵다고 하느냐 이럴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 내부에서 보시기에는 사실은 상당히 왜곡된 구조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RELNEWS:left}◆ ○○○> 구조에. 한쪽으로 너무 많이 치중이 되는 거죠.
◇ 김현정> 한 사람에게 너무 쏠린다.
◆ ○○○> 한 사람에게 너무 치중이 많이 되는 거죠. 한 작품이 잘 되려면 주인공의 인기도 중요하지만 어떤 무명배우들이 자기 역할을 다 했을 때 그 작품은 완성된다고 봐요. 그럼 거기에 따르는 최소한의 보상은 해 줘야 되는데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죠.
◇ 김현정> 한쪽의 독식 구조 이것들을 깨뜨려야 공정한 경쟁도 되지 않겠는가 이런 말씀. 오늘 어려운 인터뷰인데 이렇게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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