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황진환기자/자료사진
최근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 또는 해임 문제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여권지도부는 청와대 의중을 살피며 눈치를 보고 있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남원장이 물러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간첩증거 조작사건은 군사정권 시절 어두웠던 정보기관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간첩 혐의자에 대한 증거 수집이 여의치 않자 내부 민간협력자에게 문서 조작을 부추기고 지시했다. 증거조작 의혹이 드러난 뒤에게 계속 말바꾸기를 통해 책임을 국정원 협조자에게 떠넘기다 자살소동까지 벌어졌다. 국정원장이 이 와중에 자리를 지키려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남원장이 물러나야 할 또다른 이유는 국정을 정상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와 안보는 국정운영의 두축이다.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국정운영의 핵심은 경제를 살리고 튼튼한 국가안보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만 방법론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정치권에서도 경제와 안보에 있어서만큼은 정쟁을 지양하고 국익을 위해 초당적 협력을 하자는 주장이 입버릇처럼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남재준 국정원장이 취임한 이후 안보는 정쟁의 영역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자 국정원은 돌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
지난해 7월 여야의 NLL 공방 와중에 야당을 비난하는 국정원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정원 설립 이후 유례없는 일련의 조치들로 국정원은 스스로 정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급기야 최근에는 간첩증거 조작의혹 사건까지 발생했다.
국정원의 원훈은 그 전신인 중앙정보부로 설립 당시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가 국민의 정부 들어 “정보는 국력이다“는 원훈을 거쳐 현재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無名)의 헌신'이다. 국가 안보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름없이 헌신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남원장 취임 이후 국가 운영의 안보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박근혜 정부 1년은 국정원과 관련된 정쟁 때문에 국민들이 잠시도 편할 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경제활성화라는 국정운영의 한 축까지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전달하려던 핵심 메시지는 민생을 살피고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공기업 개혁을 강조하며 경제혁신3개년 구상도 발표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중심을 민생.경제 활성화로 이동하려해도 번번이 국정원과 관련한 정쟁이 발목을 잡는다.
최근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직설적 표현을 사용하며 규제개혁을 통한 경제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다. 13일에는 지방경제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